내 딸 이재원.
태어나고 일주일만에 고열로 종합병원 신생아 응급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나를 맞던 고약한 내 딸. 이제 만7살인데 내 가슴을 10번은 넘게 숯으로 만들었던 딸이다.
아이가 3킬로그램도 안되는 몸무게로 태어난 것 까지는 별 문제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개소주를 먹어 얼굴 일부와 코에만 땀이나고 다른 곳에는 땀이 안난다는 둥...
애가 태어난 날 산부인과에서 계단보수공사를 하면서 신생아실 옆에서 굴착기계를 가동하는 바람에 놀래서 그랬다는 둥...
별별 미신과 그럴듯한 짜맞춤 논리를 생각해가며 아이는 먼 7살이 되었다.
내 아이의 병명은 HSNA라는 희귀질병이다.
물론 이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심상치 않은 데 좋다는 종합병원 어디에서도 시원스런 이유를 설명 못했다.
96년 그 당시 인터넷의 초창기에 느려터진 인터넷을 붙잡고 나름대로 정보를 취합한 결과 RDB(희귀질병 데이터베이스)라는 곳에서 아이가 겪고 있는 유사한 증세를 보인 경우를 찾아 담당의사에게 제공했더니, 아이의 뒤꿈치에서 신경을 채취해 테스트 해보고는 그렇다고 했다.
아이는 통증을 잘 못 느낀다.
뜨겁고, 차갑고, 간지러운 다른 느낌은 다 알아도 통증은 잘 못느끼는 듯 하다.
그리고 얼굴의 일부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땀이 거의 안난다.
RDB에서는 이런 증상을 HSNA라 부르고 있었다.
의사들도 처음보고, 동의보감에도 단 한줄 잠깐 언급되기만 한 희귀질병.
하지만 딸아이는 만 5세를 넘기지 못한다는 다른 동일 증세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통증을 몰라 혀를 깨물어 먹는다는 공포스런 현상도 없었다.
땀이 안난다는 데 이마와 양볼, 코, 입주변에서는 정상인과 같이 땀이 난다.
어느 아이들도 그러하듯 울면 눈물과 함께 땀도 난다.
내 딸아이가 땀을 흘리면서 울 때 나는 기쁨의 눈물이 난다.
- 다음 이야기 : 고통의 클라이막스 그리고 시간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