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말을 참 안듣습니다.
성질에 못 이겨 때리기도 많이 때리고 차마 못할 말까지 하곤 했습니다.
천성이 그런지...아이는 잠시 후면 다 잊은 듯 애교를 부립니다.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면 측은 합니다. 오늘도 100킬로그람에 가까운 아버지가 내지르는 소리에
20킬로그램이 갓 넘은 아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낯익습니다.
지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조금씩 돌아갑니다.
유심히 시간을 갖고 살펴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돕니다.
저 아이는 아마도 내일쯤이면 침대 머리맡에 발을 대고
머리는 내 무릅을 베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낯이 익습니다.
옛날 30년쯤 전에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학교가다 개구리 잡는다고 학교를 빼 먹은 날 어머니에게 천연덕 스럽게 거짓말 하던 아이입니다.
눈병에 걸려 언덕위에 누워 하루를 꼬박 잠들었던 아이입니다.
공부는 어떠했는 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6학년때 오든 과목에 '수'를 받은 것만 기억나는 것을 보니
그 전에는 내세울 만큼 잘 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그 아이는 바로누워 잠이 들어도 일어날 때 쯤에는
텔레비전 밑에 들어가 있거나
마루로 나가는 문가까지 굴러가 밥짓는 어머니가 여시는 문에 머리를 부딛히고는 하던 아이입니다.
무척 낯이 익은 저 아이는 '30년 전의 그 아이'가 하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30년후 아버지가 된 내가 기억속의 간직하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과
내 아이의 지금 이 모습을 비교하면
저 아이는 나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닮으면 밉다더니 아직 이 아버지는 철이 덜 든 모양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는
내 어릴적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사기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아이가 말을 안듣는 것은
바로 그 아이가 아직은 '어린 아이' 이기 때문입니다.
30년 전에 그 아이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나를 닮은 아이는 참 말을 안 듣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워할 이유가 없음을 충분히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