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기르던 개가 한참을 짖더니 이상한 물체를 갖고왔다. 다가가보니옆집 딸들이 그렇게 아끼던 하얀 토끼가 흙이 잔뜩 묻어 죽은 채 우리집개의 입에 물려있었다. 난 나의 등에서 땀이 나는걸 느꼈다.좀 찝찝했지만 죽은 토끼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와 목욕탕에서 털이 새하얗게 될 때까지 씻었다. 우선 그렇게 해서 흙 묻은걸 없앤 뒤에 드라이기로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렸다. 역시 흙이 묻은 노란 리본도 깨끗하게 빨아 건조 시킨 뒤, 토끼의 목에 그대로 묶었다. 이 정도면 자연사했다고 볼만했다.마침 담 너머로 보이는 옆집 뜰에 아무도 없길래 뛰어 토끼우리에 죽은 토끼를 반듯하게 넣어두고 아무일 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옆집서비명소리가 들리고, 곧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옆집 담으로 고개를 빼꼼이 내고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그 집 딸들과 아저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했다.
“어느 미친놈이 어제 죽어서 뜰에다 묻어준 토끼를 파헤쳐서 토끼집에 도로 넣어 놨어요. 그것도 깨끗이 씻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