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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주제방 2004/02/27 23:45   http://blog.azoomma.com/preny/118367

 

 

연필을 깎으며

 

 

 

오랜만에

연필을 깎으며

행복했다

 

풋과일처럼

설익은 나이에

수녀원에 와서

채 익기도 전에

깎을 것은 많아

힘이 들었지

 

이기심

자존심

욕심

 

너무 억지로 깎으려다

때로는

내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

대책 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다는 깎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대로

청빈하다고

자유롭다고

여유를 지니며

곧잘 웃는다

 

나의 남은 날들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세월의 칼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한 오늘

 

나 스스로 한 자루의 연필로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깎이면서 사는 지금

나는 웬일인지

쓸쓸해도 즐겁다

 

 

 

 

 

 

 

 

 

......서른 중반을 올해로 넘겼다. 좀 있으면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겠지.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때 마다 더 완고해져만 가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참 까탈스런 사람이란걸 안지가 불과 얼마전이다.

난 내가 성격도 좋고 소탈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았었다.

그래서 정말 놀라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 사는게 이제는 더욱 좋기만 하니

이런 나쁜 습성이 고쳐지기는 더욱 힘들것만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