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설 다음날의 일이다.
고향에 갔으니 양가 세배 드리고 성묘 다니고 하다보면 많이 바쁘면서도
가끔 약간의 자투리 시간이 남는데, 그 자투리 시간 단위가 그리 크지는 않다.
결혼전이야 명절 때만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 일이었지만
결혼한 다음부터는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처갓집에 가야 하는 등에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설처럼 어른들에게 세배 드려야 하거나 또는 아이들 세배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아이들 서운하지 않게) 세배 받을 시간도 정해야 하는 등 조금 복잡해진다.
그래서 막상 오랜만에 고향에 가더라도 친구들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매년 만나는 국민학교 친구가 있는데,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국민학교 친구가 조금 늦게 결혼했는데, 내 여동생이 자기 친구를 소개해줘서 결혼했다.)
처음에는 오후 2시쯤 만나자고 했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왔다고 약속시간을 계속 미루더니
자기집 근처에서 저녁 9시쯤 만나자고 해서 택시를 타고 갔다.
오랜만에 만나 맥주를 마시던 중 갑자기 컴퓨터에 대해 물어보는데,
메모지에 써서 설명해줬지만,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차리리 근처 PC방에 가서
설명해주겠다고 해서 술집을 나왔는데, 차라리 친구네 집으로 가자고 한다.
친구동생이 집에 있는데(어릴적부터 아는 동생이다) 짝이 맞지 않아 고스톱도 못했고
집에서 컴퓨터 잠시 봐주고 같이 술 마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갑자기 난처했다.
친구집이라지만 명절인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 친구 애들, 친구동생 애들까지 있는데
세배돈을 안 줄 수 없는데(고스톱도 같이 치자고 하는데...ㅠ.ㅜ) 문제는 지갑이 현금이
별로 없는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으로 바꿔서 세배돈을 이리저리 주기만 했고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세배돈을 받지만, 나는 계속 줘야 한다...ㅠ.ㅜ)
친구 만나서 술마시는 것은 카드로 하면 된다는 생각에 현금을 미리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현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현금 찾으러 간다고 택시 타고 은행에까지 다녀올 수는 없어서 친구한테 5만원을 빌려서 친구집으로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친구이자 친구의 오빠인 나와 친구 집사람이자 여동생친구인 관계..^^
결혼전에는 여동생 친구로 대했기에 말을 편하게 했는데, 높임말도 낮춤말도 쓰기가 뭐한
묘한 상태에서 음식을 내놓는데, 조금 애매했다.
설이고 하니 아이들 불러서 세배 시키고 세배돈 주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편했고,
친구와 친구동생 그리고 나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고스톱을 하기로 하였는데...
참, 그날따라 묘하게도 운이 좋아 내가 돈을 거의 땄다.
친구는 (나에게 갑자기 돈을 빌려준 관계로) 금방 돈이 떨어졌고,
나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하면 재미 없기에 딴 돈을 친구에게 돌려줬고
한동안 계속했지만, 시간도 늦었고 해서 마치기로 해서 또 내 앞에 있던 돈을 다 돌려줬다.
그래놓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현금이 없어서) 친구돈 빌려서 세배돈 준 것이고
화투 쳐서 따서 갚았으니 갚은 것 같기도 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내가 돈이 있어서 돈을 빌리지 않았다거나
따지 않아서 잃었다면 확실히 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돈을 보내주면 되는 것인데,
돈을 빌렸다가 갚기는 한 것이고, 실제 그 이상 딴 돈도 다 주고 왔는데
혹시라도 친구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뭔 잘못을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