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의 꽃/ 마르틴 발저 | ||
| ||
“이 세상에 네가 있기를,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소망해왔는지 몰라. 네가 없다면, 삶이 얼마나 허무했을지. 네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이 세상의 충만함과 의미를 지니고 다시 태어났다. 심지어 성행위까지도, 모든 단어들 중에서 가장 최악의 단어인 그것조차도 네가 있음으로 인해서 심오한 꽃으로 활짝 피어나게 되었다. (…) 너와 성행위를 나눌 때, 비로소 나는 왜 내가 살아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일흔을 넘긴 한 노인은 서른 셋, 젊고 아름다운 애인을 향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다. 이질적인 남녀의 사랑은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뜨겁게 부풀어오르고, 그래서 치명적이다. 투자가 카를은 나무랄 데 없는 아내 헬렌과 노년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그에게 영화 투자 제의가 들어오고, 여배우 요니가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몽환적인 매력을 가진 그녀에게 빠져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카를. 하지만 투자가 마무리되자 요니는 카를을 멀리하고, 모든 것을 알아챈 아내는 떠난다. 혼자가 된 카를은 아내에게 부치치 못할 편지를 쓴다. "그는 실망하고 말았소. 나이가 들면, 일종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증가하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오. 그런 희망을 가져었소. (…) 그런데 지금 그는 알게 되었소.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그는 지금 분명 일생의 그 어떤 때보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십 년 전보다 삶에서 더 멀어진 것은 결코 아니오. ” 신간을 번역한 소설가 배수아는 “제목이 주는 신비스러움에 매료당했다”고 했다. 원제는 『Angstbl<00FC>te』, 앙.스.트.블.뤼.테.-입술이 만나고 그 안에서 혀가 구르며 터져나온 소리. 관능적이고 섬세한 아우라가 제목에서부터 배어난다. ‘Angstbl<00FC>te’는 독일어로 불안을 뜻하는 ‘Angst’ 와 개화(開花)를 뜻하는 ‘Bl<00FC>te’의 합성어. 이듬해 자신이 죽게 될 것을 감지한 전나무가 그 해에 유난히 화려하고 충성하게 꽃을 피워 올리는 현상을 일컫는 임학 용어다. 완전한 소멸을 앞두고 마지막 힘을 다해 활짝 꽃잎을 벌리는, 살고자 하는 간절함이다.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마르틴 발저는 여든을 바라보는 2006년 이 소설을 출간했다. 작가는 돈과 섹스라는 대담한 주제를 파들거리는 꽃잎이 피어나듯 섬세하게 문학적으로 만개시켰다. 극단의 절망과 행복을 지나, 집착과 열정을 모두 다스릴 수 있게 된 노(老)작가였기에 가능한 작품이다. ** 아직 가을인가? 아닌가?? 아침.저녁은 가을기온 맞죠? 해도 빨리 뜨고 집니다 무얼해도 좋은 계절 '가을'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