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열한시 오십구분
일분이 지나면
날이 바뀐다.
날이 바뀌어 본들 별일은 없지만
바뀌는 날에 기대를 걸어본다.
기대를 걸어본들 별일은 없지만
언제나 속으로 믿어본다.
믿어본들 별일은 없지만
시계는 열한시 오십구분
일분이 지나면 새날이 된다. 이 시는 박남수 시인의 '시계는 열한시 오십구분'이라는 작품이다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의식 속에서 별리의 감정도 없이 상투적으로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 시의 '열한시 오십구분'처럼시간이 의식되어 다가오는 무서운 체험을 누구나 가져 보았으리라시간이 '열한시 오십구분'처럼 다가와 우리의 눈앞에 형리처럼 버티고 설 때 그 동안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고, 앞으로 너는 무엇을 하겠느냐고 유언을 채근하는 사람처럼 바싹바싹 귀를대고 곁으로 다가설 때우리는 무엇을 하였다고 무엇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지 날이 바뀌어 본들,기대를 걸어 본들,믿음을 가져본들 별 수 없으리란 생각. 그런 사랑 없는 허무 안에 혹시 갇혀 있지는 않았는지? 그렇다 방금 '사랑 없는 허무'라고 말했지만 사랑없는 허무와 사랑 있는 기다림 사이인생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으며 얼마나 달라지고 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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