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을 하네
산을 오르다 보면
산도 산마다 태어난 때가 달라
유년기가 있고
청년기가 있고
노년기가 있음 본다.
고른 땅에서 생기가 느껴지고
푸르고 올곧은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거나
바위 하나에서도 젊음이 느껴지는 산 보다
적당히 푸석이는 땅에 오롯이 서있는 나무나
굵은 골이 패이고 등이 굽은 바위를 만나거나
외진 곳에 쓰러진 고목 등걸의 어깨를 빌려
또 하나의 생명이 자랄 터가 되어주는 넉넉한 산이 좋다.
세월이 녹아 흘러 구불구불 골을 이룬
노년기의 굽은 산등성이를 타고 오를 때
세상이 숨 쉬고 세월이 춤을 추며 다가온다.
그 춤사위에 흥에 겨워 느릿느릿 걷게 된다.
세월이 녹는 소리가 들린다.
세월이 녹는 몸짓이 보인다.
목욕탕을 가면
바라만 보아도 멋지고 싱그러운 젊음도 있고
바라볼수록 삶을 읽게 되는 흔적 있는 몸도 있다.
세월이 녹아 흘러 만들어진 몸을 대하면
감성 없이 가꾸어진 탄력 있는 젊음보다 더 좋다.
작아진 굽은 등에 조금은 어정쩡하게 서있는 몸을 만나면
삶이 녹아 흘러 이룬 골을 따라 깊은 시선이 머무르게 되고
뻐근하게 시큰거리는 가슴으로 눈물이 흐른다.
몸이 말을 한다.
몸이 하소연을 한다.
눈두덩이 늘어져 눈을 덮어버려 눈동자를 볼 수 없다 해도
눈을 들여다보는 것 보다 더 정확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몸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골골이 패인 몸에 살아온 삶을 접어 두었기 때문이다.
- 김 미 선 (밥푸는여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