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를 울룰루의 바람 위에 뿌려줘. 그리고 너는 너의 시간을 살아줘.”(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사막,바위,헤드폰을 낀 소녀…. 호주 울룰루(에어스록)의 바람 속에서 ‘환청’을 듣는다. 숨막힐 듯 다가선 자연. 그리고 사랑,죽음은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호주 중부의 끝없는 모래사막과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산만 한 바위. 하루에도 수십번씩 빛이 변하는 그 엄청난 덩치는 수천년 동안 원주민의 성지였고 짙은 사랑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관객 700만명의 심금을 울렸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백혈병으로 죽어간 소녀(아키)의 마지막 소원은 사진 속 울룰루에 가보는 것이었다. 세상의 중심이라는 곳. 그녀를 지우지 못해 방황하던 남자주인공(하쿠)은 17년이 지난 뒤 울룰루의 사막 위에서 연인이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테이프를 듣는다. “내 재를 울룰루의 바람 위에 뿌려줘.” 말없이 헤드폰을 끼고 있던 하쿠. “세상의 중심이 어딘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미소 뒤에 흐르는 눈물. 그곳에서 유난히 젊은 연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도,가끔씩 헤드폰을 끼고 셀카를 찍는 일본인을 볼 수 있는 것도 사연이 있었다. 그들은 수만킬로미터 떨어진 울룰루로 달려와 가슴 뭉클한 감동에 어깨를 기댔다.
▲ 지구의 커다란 배꼽 울룰루
사실 궁금했다. 무엇이 진정 신성스러운 바위로 이끄는지. 울룰루는 지구의 배꼽,세상의 중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길이 3.6㎞에 높이 348m인 세계 최대의 바위. 한 바퀴 도는 데만 10㎞. 그나마 ⅔는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는 덩치 큰 울룰루의 매력은 따로 있다. 한낮에 갈색 거인이던 바위는 해가 뜰 때 회색빛이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바위에 새겨진 흉터를 드러냈다가 검은색으로 스러져갔다. 그 색의 변화를 보려고 관광객들은 해 뜨기 전부터 숙소를 나섰고 해질 무렵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바위에 난 흠집들은 이곳 원주민인 애버리지니가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 사진촬영조차 금지되는 곳. 곳곳의 벽화에서 드러나듯 울룰루는 그들의 삶터였을 뿐 아니라 혼령을 모시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울룰루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지만 이곳 원주민은 입구에 ‘신성한 울룰루에 오르지 말아 달라’고 적어놓고 있다.
▲ 사막 위 만찬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이곳에서 진행되는 이색 투어 중 하나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황량한 사막에 탁자를 놓고 촛불을 켠 채 울룰루를 감상하며 식사를 한다. 사진촬영도 안 되고 크게 소리를 내서도 안 되며 사막이 전해주는 고요함과 와인처럼 검붉게 변해가는 울룰루를 음미하는 게 전부다. 울룰루가 암흑 속에 숨어버리면 사막 위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를 관찰하며 커피 한잔. 울룰루의 각종 체험 중 단연 으뜸이다. 이 밖에도 울룰루와 쌍벽을 이루는 마운트 올가(카타추타)의 계곡과 골짜기를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수십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면서 하나의 국립공원을 만들어낸 두 개의 바위는 석양이 물들 때면 하나는 가까이서,하나는 멀리서 감동을 연출한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울룰루를 감상하는 스피드 투어도 짜릿하다. 최근에는 울룰루의 변신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낼수 있는 이색 숙소도 사막 한가운데 들어섰다.
울룰루.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붉은 황무지로만 여겨지는 곳. 신발 위에 뽀얗게 내려앉은 붉은 ‘재’는 털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영화 속 ‘환청’과 빛의 ‘환영’이 뒤섞여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었다.
/에어스록·앨리스스프링스(호주)=글·사진서영진 * * * * * * * * * * * *
눈으로 저항하는 겨울을 밀어내고
도전장 내미는 봄날...
따스한 봄볕 베란다에서
이 한권의 책을 읽었다...
카타야마 쿄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차다'
신문을 펼쳐드니 반가움에 ..
기삿거리 하나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