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의 여행은
날씨가 한 몫 합니다.
비 맞을 채비 하고 있건만
낮게 드리운 먹구름은
아랫것들을 조롱하듯
기분나쁜 습한 기운만 던져주고 있습니다.
고교시절..
만들어 놓은 노트를 펼쳐보니
한장 한장 낱장이 떨어집니다.
잊고 있었던 내 젊은날의 노트..
몇년에 한번씩
생각날때마다 펼쳐 보며
지난 날 회상해 보았던 날들
다시 지금 이시간 그 지난 날을
돌이켜 봅니다
만년필로 끄적거렸던 그림...
조지훈의 승무를 어디선가 읽으면서
옆에 있는 그림보고 그렸던것 같네요 ^^
학창시절 이 詩
외워보지 않은 사람 없겠지요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 지 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