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지인들이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은
집을 구경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어떠한 메뉴로 오가는 손님들의 눈을 사로잡을까..
각 나름대로의 개성이 뚜렷한 집에서 그사람을 좀더 알고
가까이 접하고 나옵니다.
어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보잘것 없는 나를, 나를 생각하며 쓴 글을 읽고 나왔지요.
초창기부터 아컴과 함께해 오면서 오랜동안 머물고 있는
에세이방...그방에서 나를 알고 예쁘게 봐 주신 작가방의
어느 님이 글을 쓰셨지요....
그분이 올리신 글을 허락없이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리니님~~~~ 미안해요 ^^
**********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청바지를 사려고 백화점 매장 앞에 서서 이것저것 골라보았습니다.
물론 잘 압니다. 내 맘에 드는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이젠 내게 어울릴
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는걸요. 정말 이쁘고 멋진 것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이것저것 더 골라보고 또 탈의실에 들어가 입어보는 배짱을
부리는 일도 어쩐지 마음이 편치않아 그냥 슬그머니 청바지를 내려
놓고 돌아섰습니다.
그녀의 일터에서 청바지를 골랐다면 이렇게 마음불편하지않고 천천히
마땅한 것으로 골랐을거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청바지와
오리털 파커가 진열되어있는 매장 한 켠에 세워둔 이젤앞에 앉아
틈나면 그림도 그리던 그녀가 그 일을 그만 접었답니다.
결혼후 처음으로 접했던 사회생활은 경제적인 손실과 함께 남다른
경험이었겠으나, '그녀의 일터'라는 생생한 이야기를 늘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한동안 그 삶을 넘겨다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어느날 루사라는 태풍이 그녀의 청바지 가게를 넘보았지요.
그 엄청난 수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는 멀리서 바라보는 마음도
초조했었습니다. 청바지도,그림 그리던 붓이나 물통도 모두 휩쓸어간
루사의 위력은 대단했었다고 남이야기 하듯 말해 버릴일이 아니란 걸
다시 느꼈습니다. 결국 폐업신고를 했고, 햇살이 조금만 들어오는 서향
인 그녀의 일터에 앉아 언제쯤 경기가 풀리려나...하던 마음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른아침에 죽서루의 대숲을 돌아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동행한 남편이 건네는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먼길 떠나신 시어머님을 모신 절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러 삼배(三拜)를 드리는 참 기특한 며느리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아침바다에서 커피 한 잔 권하는 남편은 사실은 술을 너무
좋아해서 어느덧 자신도 술꾼의 아내가 되었다고 말합니다만 그렇게
술친구를 해줄 수 있는 그녀가 참 이쁩니다.
그래서 살풋한 행복이 늘 가까이에 있지요. 편지에 시를 적어주는
감성적이고 마음깊은 아들이 있고, 이쁘고 씩씩한 딸이 있어서 삶의
탄력을 받습니다. 사랑넘치는 그녀도 가만있을 수 없답니다.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준비하지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시다시피 20년차 되는 전업주부로서 남편과
자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려야겠지만 피치못한 사정으로
인하여 마음에 들지 않게 만들어 드린 점 깊히 사죄드립니다.
이제부터라도 혼신을 다하여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릴테니 혹시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이런 멘트를 매일매일 하면 어떨까.... 라고 하더군요.
정말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의 이런 이쁜짓(?)에 자극받아
나도 틈틈히 서비스 점검을 하려고 노력중이랍니다.
기꺼이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와 마알간 수채화도 그리고, 오일냄새
풍기며 캔버스 앞에 몰두하겠지요.
화초가 있는 베란다를 가꾸고 삶의 얼룩을 지우듯 깨끗이 삶은 빨래를
뽀송뽀송한 봄햇살에 내다널면서 한 점 남은 상처일랑 동해의 거센
파도에 던져 버렸겠지요.
분위기있는 소도시의 맛을 충분히 누리며 사는 그 모습이 부럽습니다.
멀리사는 딸에게 별일없냐..고 늘 물어오시는 어머니에게 이제는 먼저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고 푸르른 오월하늘과 약속을 했다는군요.
신통해라~^^
상냥한 그녀의 안부글을 자주 읽으면서도 나도 종종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답니다. 물론 별일없겠지요만...
다 잊고 푸른 동해바다로 냅다 달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