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 선인장 -
구석진 곳에서 홀대받아가며 저 스스로 자란 생명
푸르른 화초들 사이에서 볼품없이 자리차지하는게
보기싫어 베란다 구석으로 밀어넣고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꽃은 피고지고...
온갖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는 봄..
그 봄이 나의 베란다 화원에도 찾아왔다.
나의 화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라온 화초들로 그득하다.
19살된 아들아이와 큰 벤자민과..
17살된 딸아이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산 관음죽..
이젠 너무 오래되어 윤기조차 없는 화초들이지만
저들끼리 옹기종기 모아놓으니 그런대로 볼만하다.
화분하나만 뚝 떨어트려 놓으면 정말 볼품없는 화초들..
이젠 정이 너무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 틈에 홀로 뚝 떨어져 자라온 공작선인장..
겨우내 쓸쓸히 자랐을 잎납작한 선인장에 손가락
길이만한 봉우리가 올라왔다.
여기저기 10 여개의 꽃이 개화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움트이면서 봉우리가 맺히고 개화할때까지의 기간은
나를 애태우게 만든다.
산고가 큰 모양이다.
오랜동안 꽃하나를 피우기 위한 준비가 무색할정도로
개화 하루만에 힘없이 시들고 마는 공작선인장..
며칠만 더 견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활짝 폈을때의 그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하다.
아마 꽃크기로 봐서 꽃중의 왕이 아닐까 싶다.
구석진곳에서 끌어내어 보기좋은 위치에 공작선인장을
옮겨 놓았다.
통통하다...봉우리가...
아주 환하게 필 그 모습에 시간뺏기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넋을 잃고 쭈그리고 앉아 그 꽃만 바라 볼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