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찾기프로젝트)당신을 사랑해요.하늘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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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사랑해요. 하늘만큼    [잔잔한 감동이 있는 방]
2006년 05월 23일 18:42:26

聖夜(성야)의 초상.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거라고 어머니는 이야기 하곤 했다.

목욕탕 거울에 비친 마흔을 넘긴 몸뚱이를 바라보며

히사코는 그 옛날 어머니가 했던 말을 사무치게 실감한다.

용모가 추해졌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 나이에 걸맞게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다.

마흔셋의 여자가 바랄 수 있는 모든 행복, 부유함과 미모와 가족의 사랑,

흠집하나 없는 보석과 같은 생활 .......

 

성야. 특별한 밤.

이십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 보내게 된 이브에 히사코는 이십 년 전

 파리의 샹젤리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해가지면 언제나 당신을 마중 나가곤 했었죠.

 마로니에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저녁햇살을 손으로 가리고 그림을 그리는 당신의 모습이 좋았어요.

 파리 유학중 알게 된 준이치로. 그는 길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버는 유학생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파리에서 준이치로와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이브에 대해,

이십년 동안 줄곧 그를 사랑해왔노라고, 단 한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고...

 

그토록 좋아했던 카메라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던

남편의 서글픔이 그녀의 마음을 흠뻑 적신다.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남편을 사랑할 수 없었던 그녀는 간절히 기도를 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믿고 있는 이 남자를 믿는 것만큼 사랑하고 싶다고.

부디 그런 용기를 달라고… 그 순간 신기한 풍경이 벌어진다.

 

마치 샹젤리제 거리에 와 있는 듯한 풍경이. 남편은 길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 앞에 서서 아내의 초상화를 부탁한다.

줄지어 있는 화가들 중에 더러운 면장갑을 끼고 낙엽을 치우던 중년남자가

머뭇거리며 얼굴을 든다.

마흔 다섯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늙었지만 준이치로임을 그녀는 알아본다.

남편은 화가에게 아내를 젊게 잘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차를 마시고 오겠다며 자리를 뜬다.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준이치로에게 그녀는 마음으로 말한다.

 여전히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줘서 고맙다고,

이십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꿈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당신은 잘 알거예요.

남편은 저를 위해 꿈을 버렸던 용감한 사람이에요.

눈물나도록 고마운 사람이죠.

 

23세의 히사코가 그려진 초상화를 보며 남편은 그 화가가 누군지 알게 되고

화가에게 자신의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그러나 그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 저는 이십년 동안 같이 있었으니까요. 밤마다 그녀하고 얘길 나누었죠.”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그녀

넓고 따뜻한 가슴, 그저 넓고 따뜻한 가슴, 얼마나 따뜻하고 넓은 가슴인가

히사코는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처럼 많다고 생각한다.

밤마다 조금씩,

이 사람이 사랑의 속삭임을 하기 전에 먼저 말해줘야지

“당신을 사랑해요. 하늘만큼”

성야의 초상은 아사다 지로의 작품 '은빛 비'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오랫만에 서랍정리를 하다 낡은 독서노트에 묻혀있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오년 정도 묵은 디스켓이니 그만큼 오래된 느낌일텐데 오늘 다시 읽어보아도

가슴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