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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박노해
제몸을 때려 울리는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않는다.
평생나무와 함께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위해 집을짓지않는다
잠든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자신을 위해 기도를 드리지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시린 눈빛으로 앞을뚫어 보지만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않는다.
긴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길을
오늘 젖은 얼굴로 걸어갈뿐이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날이다.
♠어제는 아침 7시경 집을 나서서 영천으로 향했다.
하얗게 서리가 앉은 평야와 산은 하얀 눈이 흩뿌린듯 참 아름다웠다.
고속도로를 가면서 휴게소에서 먹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아침부터 김밥을 사게 만든다.
영천 호국원 아버지 묘지에 들렀다.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 춥진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제도 묻히시는 분이 계셨다.
꽃을 꽂고 술한잔 올리고 절을 했다. 추우실것 같아서 꼭 안아드리고 싶었었다.
왔으니 안아드리고 가야지. 차가운 아버지 묘비를 꼭 안았다.
죄송해요. 아버지 잘 계셨죠. 용서하세요 불효한 딸을.. 아버지 곁을 떠나와서
죄송해요. 오래오래 곁에서 같이 살아야 되는데 죄송해요.
이제는 더이상 말이 없으신 사랑하는 아버지..
그렇게 눈물겹게 키운 자식들을 어찌 버리고 가실수 있으셨나요...
그렇게 가고 싶었건만 머무르는 시간은 짧았다.
아버지 묘지를 뒤로하고 부산으로 갔다.
부산 집에서 가져올 물건을 싣고 친정 엄마와 오빠를 만나니 금방 다시 떠날
시간이다. 길이 멀어 오면 항상 가기가 바쁘다. 서너시간 앉아 있는게 고작이다.
친정엄마는 또 딸이 온다고 자갈치에서 생선을 장만해 놓으셨다.
힘들다고 그냥 계시라고 미리 말했건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