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늦가을 바람에 엉성한 가지를 파고드는
나뭇잎들의 출출한 떨림을 보면
어깨를 부비고 싶은
텅빈 그리움이 베어나지 않겠습니까
오늘처럼 하늘이 반쯤 눈을 감고
먼먼 시간 한 줄기를 되새김질 할 때는
영낙 없이 무우밭 근처에서
허리에 책가방을 감은 체
눈이 작아 땅만 보는 영식이가
땅콩을 건네주며 하늘을 쳐다봅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부지런히
달려온 시간을 한 눈에 담을 수 없어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견주어 보며
평행선으로 걸어온 너와 나를
글썽한 손으로 끌어안아 봅니다
아직도 남은 체온을
가슴으로 재어 보며 네속에 남은 나를
찾고 싶은 이 땅에는
남은 것이 모두 아름답기에
그립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세월이 들녘 안개속을
더듬으며 방황하는데
그립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바람이 펄럭이는 나무가지에
아직도 떨어지지 못한 연민이 있다면
그립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유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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