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이 곳으로 이사온 첫날밤 .
난 아버지 꿈을 꾸었다.
큰 여행가방을 든 아버지와 엄마와 난 바닷가에 서 있었다.
부두가 아니고 바닷물이 찰랑이는 큰 자갈과 바위가 있는곳이었다.
난 아버지와 엄마가 여행을 떠나는줄 알았다.
큰 대형 여객선이 앞에 있었다. 엄마가 탄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엄마와 난 바닷가에 서 있었고 배 난간에 아버지가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옛날 할아버지 모습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사진처럼 굳은채 할아버지 같은 사람과 서 있었다.
누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인지 구별할수 없었다. 지금도 난 누가 누군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분명했다.
배가 떠났고 부두에서 점점 멀어졌다.
난 울다가 잠이 깼다. 난 그날밤 다시는 아버지를 만날수 없을것
같은 아득함에 소리내어 울었다.
난 결혼해서도 친정 근처에서 살았고 40년동안 한번도
떨어진적이 없었다.
그래서 난 불안했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예고했던 것이었다.
그 후 그 꿈이 가끔 생각나기도 했지만 난 그 꿈을 애써 털어 버리려 했다.
가게를 하면서 손님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을때면 까닭없이
먼 옛날 일이 생각났다.
중학교3학년때였던가 구덕체육관에서 아이스 쇼를 하였다.
부산에선 참 드문 일이다. 우리 학교는 체육관 근처에
있었는데 어떻게 관람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관람하고 나니
밤10시가 다 되었다. 우리집은 보수동이라 그때는 학교까지 걸어다녔다.
터벅터벅 걸어서 집 밑 골목입구 가까이 다 갔을때 "숙아 " 하면서
아버지가 나타났다. 밤10시까지 집에 안들어 가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으니
아버지는 놀래서 나를 찾아 다니던 중이었다.
그때의 감동은 평생 내 가슴속에 사진처럼 찍혀 있다.
난 눈물이 났다. 저 젊고 잘생겼던 아버지가 이제는 어느새....
아버지의 청춘이 눈물나게 그리웠다. 그때 그시절로 아버지가 젊고
내가 어렸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렇게 요만큼으로라도 철이 든채로 옛날로 돌아가서 아버지 엄마의 착한딸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딸 엄마의 착한딸 좋은동생 누나 언니가
다시 한번 되고 싶었다. 우리 가족 그대로 옛날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만 변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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