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전상서 II
씨애틀 이야기 2007/03/28 06:33   http://blog.azoomma.com/nayamina/244544

그리운 엄니……

요즘 이 사막과는 어울리지 않은 이름 모를 이쁜 들꽃들이 얼마나 많이 피어있는지 몰라요.

 

엊저녁부터 엄니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면서 조금 분주했지만 즐거운 맘이였어요.

반평생 미국에서 살아오시면서 햄버거 보다는 더 얼큰하고, 구수한 한국의 토종 음식만을 드셨던 우리 엄니…

워낙에 칼칼한 음식들을 좋아하셨기에 저 역시 오늘도 엄니가 좋아하신 음식 몇가지만 준비했어요.

 

콩나물을 잔뜩 넣은 김칫국과 참기름에 바짝 구운 조기로 양념장을 얹어 살짝 쪄낸 조기찜…  그리고 저의 최고 솜씨라고 늘 칭찬해 주셨던 낙지볶음과 한자리에 모두 모이면 빠지지 않는 잡채와 서너가지의 나물들과 엄니가 좋아하시는 여러가지 밑반찬들…

(사실 오늘은 엄니가 평소 젤 많이 드셨고, 좋아 하셨던 미나리 무침을 해 드리려고 했는데 미나리가 없었어요… 역시 이 사막에선 신선한 채소 구입이 쉽지 않네요, 그죠???  쩝~~)

격식은 제대로 잘 모르지만 제 성의니깐 엄니가 좋아하셨으면 좋겠어요.

 

엄니!

이른나이에 엄니의 며느리로서 늘 응석만 부리는 절 아내다운 아내로, 또 엄마다운 엄마로 가르쳐 주신 스승같은 엄니…

 

친정엔 절대 볼 수 없는 남편의 흉을 허물없이 털어놓으면 늘, “그래~ 엄마가 아들을 잘못 키워 네가 고생하는구나…  미안하구나…” 하셨던 속 깊으신 엄니…

 

결혼전 편지 대신 손수 녹음하셔서 그 수많은 테이프에 마음을 보내 주셨던 다정한 엄니…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겪어온 고생(?)으로 배부른 자보다 배고픈 자들에게 콩알(?) 하나라도 나눠주셨던 맘 따뜻한 우리 엄니…

 

피부와 문화가 다르고 의사소통이 힘겨운 이 미국에서 늘 당당하셨던 강인한 엄니…

…

…

참 지혜로우신 우리 엄니...

 

당신이 간간이 제게 일러준 말들이 새삼 떠오르는 건 아마도 제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 옛날 여자가 세폭의 치마을 입어야 했던 이유는 남편과 아이들과 시댁 식구들을 감싸야 하기 때문이라는 뜻깊은 말씀…

 

섬세하지 못한 남자들이기에 대신 감싸줘야 하고, 아이들의 유일한 방패가 되어야 하는 어미이기에 그들을 감싸줘야 하는 것이고, 아녀자의 지혜로운 언행으로 시댁과의 친밀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가 늘 가슴에 담고 있는 또 다른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에 그러셨죠? 

 

여자는 자식을 낳으면 탯줄을 두번 끊어야 하는거라고…

 

첫번째 탯줄은 자식이 세상에 태어나서이고, 두번째 탯줄은 자식이 부모로 부터 독립을 할때라고…

그리곤 (두번째 임에도 불구하고) 더 맘이 아프고 안타까운 것이 자식과 끊게 되는 두번째 탯줄이라고 하셨어요.

 

엄니~

벌써 저도 큰녀석 토니의 두번째 탯줄을 자를 때가 다가옵니다.

녀석의 완전한 독립(?)이 불안하기 보다는 왜그리 안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육군사관 학교라는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생활를 하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토니가 잘 해내리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안타깝고, 안스러운 이 맘이 ‘어미의 마음’인가 봅니다.

하지만 엄니가 그래 오셨듯이 저 역시 씩씩하려고요. 

그 시엄니의 그 며느리!!!!

 

엄니가 잘 지켜 주실거죠? 

엄니 아들(?)은 제가 잘 돌볼테니 엄니는 제 아들(?) 잘 지켜주셔야해요…

꼭이요~~~약속!!!

 

참, 아버님과는 더 행복하신가요? 

요즘 미국 대학 농구 토너먼트 시즌이 한창인데 어쩜 아버님도 좋아하시는 맥주 드시면서 TV 시청도(?) 하고 계시겠네요…그죠?

저희 친정 아버님은 자주 만나시나요?

아빤 그곳에서도 많이 바쁘실거예요.. 자상하신 분이라 아시는 많은 지인들 챙겨드리고 다니시느라고 말이예요…

 

엄니~

걱정도, 근심도, 고통도 없는 거기 하늘나라에서 평온하신 행복으로 잘 지내시리라 믿을게요.

엄니와 제 몸은 비록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늘 함께 하고 있기에 전 참 많이 행복합니다.

오늘따라 늘 엄니가 제게 해 주셨던 이 말이 아주 또렷이 들리네요

 

“민아야~ 엄마가 사랑한다~” 라는…

‘저 역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5년 3월 19일 엄니의 네번째 맞이하는 기일날…

 

 

올해가 여섯번째다, 벌써.....

 

선인장이 늘어져있던 사막과는 달리

이 씨애틀엔 하얀색과 분홍색의 매화꽃이 만발한 나무들과

간간이 피어있는 수선화, 그리고 개나리.....

 

제대로 된 봄을 맞이하는

2007년 3월의 어느 하루,

난...

어김없이

한 여인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겼다

 

내인생을 성실하게 책임질 수 있도록

그 모든 것을 몸소 보여주셨던

엄니를 위해

 

난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

분주하게 상을 차렸다.

 

그래도 올핸 젤 좋아하셨던

싱싱한 미나리 무침도 준비했고,

팥시루 떡도 준비했고...

.

.

.

 

어느해보다 맘이 부자가 된 듯하다.

 

아들녀석이 준비한

노란국화 화분옆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울엄니!!!!

 

함께했던 지난 추억을 새삼 끄집어 내니

참 많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