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빛깔들???
씨애틀 이야기 2007/03/14 07:52   http://blog.azoomma.com/nayamina/243651

내 인생에서 아마도 '사랑'이라고 처음으로 느꼈을 때가 5~6살 때였던 것 같다.

 

60년대 후반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이란 동네에 위치한 제법 커다란 한옥에 서너 가구들이 옹기 종기 모여 살던 그 때...

난 그 당시 국민학교(?)에 막 입학한 이웃 오빠한테 시집을 간다고 떠들어 대며 온 동네 방네 내 방식대로의 사랑 고백을 했었으니깐.......

그렇게 내가 가족에게서가 아닌 다른 그 누구, 것도 이성에게 느꼈던 최초의 감정이 '사랑'이였지 싶다.

 

그 때 나의 감정들은 지난 세월 만큼이나 너무 오래 되어 어떤 빛깔의 감정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새삼 내게 지나갔던 사랑의 빛깔들은 어떤 색깔들이였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시집갈래?'하면 늘  'xx오빠한테 시집갈거야'라는 야무진 대답을 했던 꼬마 여자아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질문에 늘 한결같았던 내 대답에 재미있어 했던 이웃 어른들의 반응이 싫지 않았던지 꽤 오래 그런 말들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 그 오빠는 내 친구의 남편이 되었고 그 오빠네 부부와 우리 부부네 만남에서 늘 이 이야기가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걸 보면 분명 그 땐 그 어떤 감정들이 없었던 순백의 하얀색이였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하얀색 도화지처럼....

 

그것을 시작으로 난 그 하얀색 도화지에 여러색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채워가야만 했다.

 

선뜻 어느 색 하나를 칠하는것이 두려워 마치 눈에 보일랑 말랑하는 색깔을 집어 들었을, 그 때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조금은 의젓한 두자리수(?)의 나이였을 때였을까?

 

성탄절때 교회 성극 연습을 하며 동거동락(?)했던 예수님 역의 그 아이를 처음보았을때 느꼈던 묘한 감정의 표현은 괜히 그 아이 앞을 알짱거리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했던 어리숙한 행동으로 이어졌었는데.....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까르르 웃음으로 대신하며 소박했던 그 감정은  레몬색을 닮았던 사랑으로 기억된다.

 

하얀색 도화지에 레몬색을 칠해본 나는 이제 조금은 진한 색을 칠할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지 싶은데.....

 

언젠가 부터 교복의 하얀 카라를 더 하얗게 빨고, 빳빳하게 다려입으려 했던 그 해.....

난 온전한 여자로서의 첫관문(?)을 치루고서야 조금은 조신한 여학생이 되었고, 그 이후로 수학시간(?)이 기다려지는 수줍은 여고 초년생이 되었다.

 

여고에 유일한 총각선생님이셨던 그 수학선생님 앞에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못할 정도로 수줍었던 내게 또 다른 빛깔의 사랑이 생겨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시는 선생님 들으시라고 내 이름을 열심히 불러 주였던, 천진난만 했지만 나이맞게 진지했던 내 친구들...

 

그들의 노력(?)으로 난 첨으로 뛰는 내 심장 소리를 희미하게 듣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내 두볼에 나타나는 불그스레한 그 색하고 같은 색깔이였다.

 

그렇게...

빛깔 다른 사랑들을 하나씩 그릴 수 있다는 것이 神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고, 행복이며, 또 살아가야 할 이유였다는 것을 대학에 들어가고서야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짝사랑.....

참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였음에도 전혀 후회없었던 나만의 사랑....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주고 싶다는 인간의 한없는 욕망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진리를 배웠던, 길지 않았던 귀한 시간들....

 

하지만 손톱에 봉숭아물 들인 것이 그해 첫눈이 올때까지 남아 있었음에도 나의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뛰고 있는 내 심장소리의 그 때 색깔은 아마도 손톱에 남아 있었던 봉숭아물, 그 빛깔이였겠지???

 

그렇게 20대의 가슴앓이 열병으로 조금씩 성숙해진 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어느날 문득, 마주보며 서로의 심장소리를 듣게 해주는 참 반가운 사랑이 왔다.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그 사랑은 그 어떠한 색깔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유가 뭘까?  2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하얀 도화지 위엔 레몬색과 불그스레한 색과 봉숭아물 색이 있고 그 주위엔....

 

생명이나 사랑의 대표적인 빨강색도...

행복의 에너지였던 달콤한 행복의 분홍색도...

더불어 사는 따뜻함과 밝았던 시간들의 노랑색도....

감사함으로 온화했던 초록색도...

커다란 상실감으로 주저 앉아있었던 파랑색도...

절망적인 슬픔으로 그렸던 검정색도...

...

참 많은 여러가지 색깔이 그려져 있는 것 같은데......

 

단 한가지로 모두를 표현할 수 없듯이 아마 지금도 난 이렇게 다양한 색깔들을 그려가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비록 사랑앓이 하는 이들의 행복과 아픔을 당장 공감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이렇게 한가지로 표현할 수 없는 지금 이 사랑이야 말로 우리가 그려와야만 했던 그 빛깔들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부터 유난히 좋아하게 된 보라색.....

이젠 보라색으로 칠 할 차례일까?

 

아마 그 색의 의미처럼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강한 생명력으로 인생의 균형을 잡으려는 의지'가 나도 모르게 생겨나고 있나보다, 이제 겨우 인생 반 살아온 이 시점에서......

 

 

오늘 문득 '사랑'이란 두글자를 보며

예전처럼 두근거림이 없는 듯하여 점검하고 싶어졌다.

 

사막에 너무 오래 살아와서일까?

굴러다니는 건초처럼

메말라 버렸을지도 모르는 감정들을

조심스레 꺼내보니...

 

여전히 꿈틀 거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지만

분명 예전의 그것과는 다른 것 같다.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