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 가족여행을 보여주는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희미하지만 오래 전 그 부부(교포인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하면서..)가 결혼 기자회견을 했을 때 만난지 몇 시간만에 결혼을 결정했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고 했었던 그녀가 가족동반 여행을 한 모양이다.
그들을 모 프로그램에서 촬영하며 현지 관광코스의 하나인 말타기에 남편과 '같이'하지 않겠냐고 하자 그녀가 하는 말이,
"결혼하고 14년 동안 거의 모든 것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제 조금은 '따로'의 시간을 갖고 싶다"라고....
또한 너무나 다른 남편의 인생관(?)이긴 하지만 다르기에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그녀....
할 수 없지 않냐고....
그렇게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만이 생길 뿐인 것을...
그래서 그렇게 인정이 아닌 존중을 한다는 그녀...
그 프로를 보는 내내 그녀의 솔직한 감정들의 표현만 듣고 있자면 항간에 떠도는 그 부부의 이혼설에 신빙성을 더해 줄 수도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비록 보여주기 위한 연예인들의 가식적인 제스추어라 할지라도...
그건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그녀지만 아마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란 이유에서 난 일방적으로 그녀의 동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누구나 고비가 있는 부부간의 감정에서 그녀처럼 '행복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따로의 시간이 필요할 때입니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아낙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삭혀버리고, 때론 속여가며 '미움'이란 괴물을 '내' 안에 키워오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상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누구나 처절한 고비들을 넘기고서야 차츰 '나의' 감정 표현에 솔직해져 함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싶다,
특히 '같이' 살아온 내 반쪽에 대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상처를 입었습니다.
화가 납니다.
지금은 당신이 밉습니다.
....
어찌보면 참 간단한 표현들인 것을...
전달하는 것이 왜 그리 힘이 들었을까?
아마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싶다.
우리 부부 역시 아주 오래전 이런 갈등속에서 서로의 감정들을 곧잘 속이곤 했던 것 같다.
이해와 인내가 없었던 지난 시절엔 서로의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더 악화가 된 적이 많았고, 서로 피해자란 생각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지 싶다.
'대화'에도 훈련이 필요한 것을....
얼마전, 남편과 참 하찮은 언쟁으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적이 있었다.
(늘 그랬듯이 원인을 돌이켜보면 참 어이없이 아무것도 아니였지만서도...
)
문득 그녀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 생각나 용기내어 실천해 보았다.
늘 그렇듯이 남편과의 언쟁은 내 생활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음을 알기에 승자가 되던, 패자가 되던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아마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 란 신비로운 신체의 비밀이 중년에 들어선 우리 부부에게 일어나고 있었나보다.
항상 맘에도 없는(?) 사과로 남편을 달래주던 내가 그런 용기를 냈다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남편이 젤 많이 당황해 한 것 같다.
몇 시간의 대화 속에서 침묵했던 남편의 모습은 백기를 든 패잔병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아내의 감정 표현들'에 잠시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억울해 하기도 했지만, 결국 금성에서 온 여자(?)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아니 서서히 내 가 쏟아낸 감정들을 존중해 주기로 맘 먹었던 것 같다.
어쩜 오랜 시간동안 '개인'이기 보다는 한 가정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기 위해 내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단 애써 감췄던 시간들이 많다보니 우린 올바른 대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이제라도 상대에게 불쾌하지 않은 감정표현의 훈련이 곧 '바람직한 대화'로 향한 작은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상대의 솔직한 감정 표현 또한 밴댕이 속이 아닌 들판같은 넓은 맘으로 받아 들이는 훈련도 해 봐야겠다, 스스로 주문을 외면서....
'솔직한 감정들을 인정하자, 그리고 존중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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