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낯선 2006년을 맞이 한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안부가 궁금한 한 친구에게 다이얼을 돌렸다.

같은 미국에 살고 있는 그녀는 고교 동창생이자 교포와 결혼한 나와 같은 수입신부(?) 동기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수입신부(?)들의 친정은 한국에, 시댁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구정처럼 의미있는 고국의 명절이면 어김없이 친정식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좀 각별한 것 같다.

그나마 그녀 역시 남편의 배려로 아이들 방학이면 연중행사로 친정 나들이를 하는, 흔히 말하는 팔자 좋은 수입 아줌마(?)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그런 그 친구가 새해 인사겸 전화를 한 내게 한숨 섞인 넋두리를 풀어 놓았다.

미국의 짧지 않는 겨울방학 내내 방문한 시댁 식구들 뒤치락거리로 지칠대로 지쳐있다며…

시부모님과 한국서 방문한 시이모님 내외분, 시이모네 조카들…

‘시’자 들어가는 시금치도 보기 싫다는 그녀가 새해 인사를 건네기는 커녕 곧 시한 폭탄같은 답답함을 내게 쏟아내는 동안 난 그저 들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흠~

자식집에 언제든 방문하신다는 어르신들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언제나, 늘, 일방적으로 어르신들 방문을 통보하는 그녀 남편에게 젤 많이 화가 나 있었다.

아내로서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그녀를 너무 슬프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흠~

아들네 집이라 할지라도 너무 일방적인 계획하에 방문하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원망과 며느리 존재에 대한 존중보다는 잘나게 키운 의사아들 만난 운좋고 팔자 편한 여자쯤으로 여기는 것 같은 여러가지 느낌들이 그 친구를 惡하게 만들고 있었는갑다. 쩝~

그녀의 넋두리를 듣는동안 아들 둘 둔 어미로서 스쳐 지나갔던 그 많은 생각들…

서울에 있는 그친구 친정 동생이며 조카들이 어학연수 한답시고 장기체류하게 했던 그녀의 모습과 매년 친정 부모님 미국 방문한다며 들뜨며 얘기한 그친구 목소리…

'모순'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건????

동정도 동요도 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넋두리를 한참 듣고서야 난 겨우 새해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쩔수 없이 생겨 버리는 시댁과의 갈등들을 짊어지고 가야할 며느리라는 인생의 여정…

며느리 자리(?)를 경험한 나로서 요즘은 얼마나 지혜로운 시엄니가 되느냐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대학 1년차 아들넘을 보니…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