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경력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다보니 그 경력만큼이나 나의 희노애락을 함께한 물건들이 간혹 눈에 띄일 때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부분이 주부들의 필수품인 골동품(?) 살림살이들이 많지만 결혼전에 구입한 이 작은 ‘귀 후비개’가 오늘 유난히 눈에 띄인 것을 보면 아마도 지난 추억이 그리워서인가 봅니다…
결혼을 앞둔 85년 그해 겨울…
시골에 사시는 할머님댁에 인사차 다니러 가게 되었죠. 어릴적 보호자와의 동행이후로 처음 나섰던 혼자만의 여행길…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갈아타야하는 지방의 시내버스 터미널…
귀에 익지 않은 그곳의 사투리들을 틈으로 어리버리(?)하게 올라탔던 낡은 시내버스에 자리를 잡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죠.
잠시후 시동이 걸린 버스 속으로 급하게 올라탄 한 젊은 남자..
수배중인 범인 몽타즈에나 나올 법한 인상 착의의 그 남자 손에 쥐어져 있던 수십개의 귀후비개들…
교도소에서 나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나같은 놈 써주는 곳은 하나도 없고…마누라는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맘 잡고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좀 도와 달라며 애원(?)같은 협박을 합디다.
가격도 정해져 있지 않았던 그 귀후비개 한개를 내게 내미는 순간 전 얼마나 떨었는지 정가가 100원도 되지 않을 그 귀후비개를 1000원짜리 지폐 한장과 맞바꾼 추억(?)의 귀후비개…
본전은 빼고도 남았지만 요즘의 기능성과는 거리가 먼 그 귀후비개를 20년째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저 자신도 깜짝 놀랬습니다.
그 짧지 않은 기간동안 여러번 이사를 했어도 늘 놓아 두었던 그 자리에 있어준 작은 그 물건…
보통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그죠?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작고 하찮은(?)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주 오랫동안 늘 그자리에 있어줄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나를 그들 가까이 두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들 가까이 나를 놓아두기 바라기 보다는 제가 먼저 그들을 제 가까이 두렵니다.
인연이란 함은 한번의 만남으로 마무리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니깐요…
세상에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부모와의 인연, 형제와의 인연, 친구와의 인연, 배우자와의 인연, 또다른 가족과의 인연…
우린 이렇게 넘쳐나는 인연속에 살면서 흘러가는 시간 만큼이나 무덤덤하게 소흘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수많은 인연들이 악연(惡緣)이 아닌 선연(善緣)이 되기 위해선 ‘가꿈’이란 의미의 ‘관리’라는 두글자를 기억해야겠네요.
우리가 화초를 가꾸듯 물을 주며 잎사귀를 닦아주면서 윤기를 내듯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그런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가꾸기를 잘하는 사람은 선연으로 맺을 수 있기에 오랫동안 가까이 있게 될 것이고, 가꿈(?)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은 좋은 인연들도 떠나게 만들기도 하더라구요... 쩝~
처음부터 화초를 아주 잘 가꾸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게되는 귀한 경험으로 실수와 후회를 줄여가며 살아가게 되죠.
어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다가온 좋은 인연들을 가꾸지 않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형제든, 가족이든, 배우자든, 친구든.. 우리가 맺고 있는 인연의 끈을 그저 묶여있다는 자체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우리 정성들여 물을 주고, 광택을 위해 닦아주듯 가꿔주자고요, 서로…
이런 ‘사랑의 관리’야 말로 세상에 난무하는 오해와 미움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의 거리를 좁혀주는 행복의 지름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꼭 필요치 않았던 그 천원짜리 귀후비개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제 삶의 소중한 부분이 되었듯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 소중한 의미로 남길 바라는 바램들은 절대 거저 되는 것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