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미국의 큰명절중 하나였던 추수감사절이 지난 요즘 성탄절을 맞이하여 집집마다 안팎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하느라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추수감사절 저녁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과의 만남으로 만찬을 나누며 이야기들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연말 샤핑을 합니다.

이나라의 오랜된 습관(?)이 되어버린 크리스마스 샤핑은 그해 경제상황도 알려주는 잣대가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어릴적 나의 크리스마스 때와는 전혀 다른 어색한 샤핑 문화가 이젠 제게도 익숙해지고 있죠.

가족 또는 친척, 친구들에게 한해동안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는 그 과정만으로도 애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하죠.

어떤이들은 이 시즌까지 기다렸다가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구입을 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대목을 바라는 상술인 ‘빅세일’이 가장 많을 때가 바로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이기 때문이죠.

거의 미 전국적으로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 새벽 6시부터 정오인 12시까지 실시하는 ‘빅세일 타임’은 물건을 구입하기에도 아주 좋은 타이밍이기도 합니다.

백화점은 물론, 전자제품을 파는 곳, 그 모든 곳이 일제히 실시되는 그 시간…

웬지 샤핑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라 저 역시 그 새벽에 백화점을 다녀오곤 했었죠.

우리집 선인장 아저씨, 샤핑이라면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전 혼자만의 샤핑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새벽세일하는 전자상회를 가야겠다고 합디다.

$1200 인 컴이 단 $200 에 세일을 한다는 광고 전단지를 보고 찜을 한 모양이예요.

늘 용량이 적은 컴퓨터로 답답하게 쓰고 있는 마누라를 위한다나? 어쩐다나?…

이유는 그럴싸했지만 가격이 아주 매력적이라 구입하고 오라고 했더니작은녀석이랑 쑥덕거려(?) 그날 새벽 4시경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이 깬 모든 식구들의 마음은 ‘빅세일 샤핑’을 앞둔 사람들이라 아주 들떠있었죠.

아침 6시에 문을 열게 될 상점이라 선인장 아저씨, 작은 아들과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나간 시간이 5시경….

15분뒤 걸려온 전화선을 통해 들은 남편의 목소린 그야말로 어리벙벙한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주차할 자리가 없다나요?

샤핑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이 그 특별한 날의 샤핑 참맛(?)을 보더니 지레 겁에 질렸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얼마후, 그 컴퓨터의 매력적인 가격이 아니였다면 절대로 감수하지 않을 그 치열한 과정들을 잘도 참고 결국 상점에 들어가게 되었죠.

원하는 컴퓨터를 달라고 하자, 세일즈맨은 빨간색의 티켓을 원했고, 어리둥절한 남편에게 뒤에 서있던 청년이 하는말….

‘아뿔사!!!~~~~’ 제품이 한정된 이유로 전날밤 10시부터 줄을 서있던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하네요.

결국 주 목표였던 컴퓨터 구입의 꿈은 산산조각되어 날아가 버렸고, 그 상실감을 대신한냥 선인장 아저씨 축 처진 어깨로 아들녀석과 떨이로 파는 DVD 를 뒤적이다 주섬 주섬 집어 들곤 계산대로 갔답니다.

‘이건 또 뭔일이래요?~~~~’ 계산대들 뒤로 꼬불 꼬불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어디가 끝인가도 보이지 않는….

결국 그 계산대 줄에 서 있기를 40여분 경과…

선인장 아저씨 기다림의 한계가 거기까지였기에 들고 있던 물건들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디다…

사람들이 잠도 안자고 샤핑을 하네, 어쩌네… 궁시렁거립니다…

그러게 샤핑 아무나 합니까? 다~~ 경험이란게 필요한 것을….

며칠이 지난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게 된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었죠.

어쩜 이 담에 아들녀석이 즈이 자식에게 이번 추수감사절에 있었던 선인장 아저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웃게 될 생각을 하니 생각지도 못한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게 된 셈이네요.. 그죠?

올해 녀석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것으로 대신한다고 하면 제가 살아 남을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