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지혜를 주소서....
선인장 마을 이야기 2004/10/05 04:04   http://blog.azoomma.com/nayamina/162007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말할 수 있냐고 누군가가 저에게 묻는다면.....

 

'지식'이란 살면서 배우게 되는 모든것을 머리에 담아두는 것이고,

'지혜'란 그 모든 배움을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은 학교에서 다녔기에 6년동안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의외로 많았죠.  그중 줄곤 6년을 내리 전교 1등만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누구나가 쉽게 상상 할 수 있는, 알이 굵은 안경을 썼고, 쉬는 시간에 조차 책에서 떨어지지 않는 어리버리하게 생긴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잠도, 밥도, 화장실도... 안자고, 안먹고, 안가고.... 

뭐 그렇게 외계인이라는 질투섞인 소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교 1등은 커녕 반에서 10등 안에도 절대 못들어 갔던 저에겐 그 친구가 참 신기했었죠.

그 때만해도 1등하는 친구들은 하늘이 정해준 거라고 믿었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어쩜 내가 절대로 할 수 없는 등수였기에 차라리 그렇게 인정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내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학창시절을 그친구는 성적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워 이겨냈고, 전 불완전한 나의 인격을 위해 그 많은 날들을 고민하면서 우린 어른이 되었죠.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건 의학박사의 훈장을 단 커리어우먼이 되었고, 전 선인장 마을을 지키는 씩씩한 두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사람 몸속의 뼈들 이름을 외워야 하는 동안, 전 이르게 선택한 가정으로 만들어진 여러 관계들의 갈등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만 했었습니다.

 

늘 후회스러운 것중의 하나이지만 부모님이 공부 시켜줄때가 가장 좋았던 것을 절실히 느끼며 전 철저히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삶의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어느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예상치 못한 여러모양의 삶은 그 순간 순간이 내겐 참 버거웠던 적도 많았죠.

 

그렇게 늘 1등만 했던 신비속(?)의 그친구가 이제야 가정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오래전 제가 겪었던 그 모든 시행착오를 그녀는 이제야 겪게 되는 모양입니다.

 

전 그 친구가 그 삶의 과정에서도 우등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에는 없지만,

 

바쁜 며느리와 애틋한 아들을 위해 바리 바리 싸들고 다녀가신 어르신들께 맘 깊은 감사와 용돈과 차비도 꼭 챙겨 드렸으면 좋겠고,

 

가끔 점심 시간에 어르신들과 함께 냉면도 먹었으면 좋겠고,

 

전화선을 통해 목소리도 자주 들려 드렸으면 좋겠고,

 

어쩌다 들르게 되는 어르신 집 냉장고에 떨어진 깨도 볶아다 드렸으면 좋겠고,

 

친구분들과 좋은 영화라도 보시라고 예매표도 사다 드렸으면 좋겠고,

 

명절때 모인 어린 조카들을 위해 똑같은 티셔츠를 사다 입혔으면 좋겠고,

 

자식 자랑하고 싶으신 어르신 친구분들께 커피 한잔씩 사드리며 뽀다구(?) 가끔씩 내드리면 좋겠고,

 

몸에 좋은거라며 무공해 매실 액기스 한병 사다 드렸으면 좋겠고,

 

불편한 다리에 좋은 무릎 보호대 사다 슬쩍 내밀었으면 좋겠고,

 

....

 

.....

 

그렇게 정이 들면,

 

한번쯤은 꼭 안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지식만으론 살 수 없는 삶이기에 전 그친구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하는,  지혜가 함께하는, 이러한 살맛나는 삶이길 바랍니다.

 

세상이 낳은 지금의 이기적인 것들을 작지만 이 큰 지혜로 그 친구나, 저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슬기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 작은 녀석이 5살 무렵 가슴으로 저희 시엄니를 꼭 안아 드리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들 둘 낳고 생긴 두둑한 배짱 덕분이였는지도 모르죠...

 

'지혜'는 '미움'도 녹입니다.

 

바쁜 삶들 틈에 삐져나오는 미움을 위해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한 '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