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이 세상 부모님들은 모두가 초능력의 소유자임을 ‘부모’가 되고서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얼마전 9월이 시작하는 첫날, 늘 그렇듯이 전 냉장고 문에 붙여 놓은 플래너에 중요한 사항들을 적어 놓았는데 가장 중요한 날(?)을 깜박했지 뭐예요…

지금부터 16년전, 전세계의 주목하에 성공적인 ‘서울 올림픽’행사 기간중인 1988년 9월 21일, 저희 작은녀석(앤디)이 세상에 태어난 날, 그날을 그만....휴우~~

녀석의 궁시렁거림이 하도 시끄러워 유별나게 적어놓은 한마디,

"Sweet Sixteen!! ♥"

으로 겨우 맘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88년 이른 여름, 미국생활을 잠시 접고 어린시절 아이들에게 한국생활의 기회를 주자는 우리 부부의 막연한 계획아래 남편이 한국의 대기업 연구소에 의미있고(?) 대접좋은(?) 제 1호 해외인력으로서 저흰 5년간 한국생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조국에서의 생활은 작은녀석의 탄생으로 식구가 늘어나게 되었고, 두 아들녀석이 커감과 동시에 전 점점 조폭엄마가 되어갔죠.

그렇게 전쟁을 치루는 듯한 매일이였지만 내 자식이기에, 내 강아지들이기에 힘이 든지도, 지치는지도 모르게 행복을 차곡 차곡 쌓아갔습니다.

아마도 내가 ‘어미’가 되고 부터 생긴 본능의 초능력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정해져 있었던 5년간 서울 생활의 막바지즘엔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고, 전 그 틈(?)을 이용해 참 요긴하게 생활했던 것 같아요. 제빵을 배워 ‘스승의 날’ 유치원 선생님들께 다양한 빵과 쿠키를 정성스레 포장해 감사를 전했었고, 종이접기로 배운 빨간 장미 꽃다발의 작은 바구니로 성탄절을 축하하고….

그런 바쁜 나날들이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였는지 바닥이(?) 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늘 있었던 것 또한 ‘부모’로서의 초능력(?)이였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행복했던 서울 생활에서의 마지막 9월을 보내며 작은녀석의 생일을 맞이하게 된 전 ‘어미’로서 ‘자식’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으로 근사한 생일잔치를 준비하게 되었죠.

아들녀석을 통해 초대할 아이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손수 만든 초대장으로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고, 전 작전개시를 위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엔 미국서 흔한 그 수많은 파티 용품들을 참 어렵게 구입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낮시간내내 며칠을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은 물론 영등포 시장을 샅샅이 뒤지며 겨우 구입한 못난(?) 고깔 모자와 갖가지 용품들….

밤새 남편과 풍선을 불어 매달아 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 장만하고, 적당한 게임도 준비해 놓고, 초대에 응해준 꼬마 친구들에게 들려 보낼 작은 감사의 사탕 봉지도 만들어 놓으면서 날 새며 즐거워 했던 지난날들…

제법 손이 많이 갔던 생일 파티였음에도 그 땐 피곤보다는 맑게 웃는 아들녀석들의 모습만으로도 힘이 저절로 솟는 그런 ‘초능력 맘’이 됩디다.

하지만 이제 그녀석들은 더 이상 기저귀(?)가 필요없고, 모유(?)가 필요없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저 그렇게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내 아이의 부모’인 전, 이제서야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었죠.

내 부모님 생일을 위해 초대장을 만들어 본적도 없었고, 멋진 생일상 준비를 위해 음식 메뉴를 고민해 본 적 없이 그저 성의 없는(?) 하얀 봉투만 불쑥 내밀었던 무지 이기적인 딸과 며느리였네요…

내 아이들 행복을 위한 초대와 음식준비는 몸도 마음도 가벼웠고, 내 부모님을 위한 초대와 음식준비는 왜 그리 버거워하며 지레 겁을 먹었었는지…쩝~

우린 참 비겁한 겁쟁이(?)들 입니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들껜……

그.래.도....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그 모든걸 주어도 소멸되지 않은(?) 초능력의 소유자이셨음을 '내일'이 아닌 '오늘'이라도 알게 됨을 감사할랍니다.

올핸 꼭 부모님을 위한 초대장(?)과 음식(?)과 귀여운 고깔모자(?)를 씌워드려야겠어요. "사랑합니다.... 당신들의 모든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