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시키고 싶은 감사의 표현
선인장 마을 이야기 2004/09/13 14:09   http://blog.azoomma.com/nayamina/159065

어느날, 전혀 예상치 못한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것도 이쁜 그림과 ‘Thank you!,라는 글씨가 담긴 카드엿다면?

 

86년, 그해 늦은 봄…

 

갓결혼하고 미국으로 온 저는 모든것이 낯선 가운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웃으로 부터 감사의 표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리버리하게 시작된 미국생활은 대학 갓졸업하고, 사회경험 전혀 없는 저에겐 참 버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남편이 직장에 나가 있는동안, 낮시간을 보내기란 왜 그리도 길었던지…

 

그러던 중, 바로 옆집에 사는 부인과 눈인사를 하고 부터 서서히 그 낯선 땅에서의 생활들이 익숙해졌었습니다.

그 부인은 남편과 3살 짜리 파란눈을 가진 인형(?)같은 딸아이가 있었는데 두 부부가 함께 직장 생활하며 아주 성실하게 사는 참 보기 좋은 부부였습니다.

어느날 그 부인이 저에게 일주일만 아이를 봐 줄수 있냐고 하더군요.  물론 흔쾌히 받아 들였고, 전 그 이쁜 파란눈의 인형아이(?)와 지루했던 나의 낮시간을 후다닥 보낼수 있었죠.

 

대체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노동의 댓가(?)에 대해선 아주 정확한 편이라 그 부인이 주는 나의 노동의 댓가를 참 쑥쓰러워하며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이웃 사촌(?)’이란 문화에 익숙했던 저에게 아마도 그런걸 시작으로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이 시작된듯 싶어요.

 

그리고 며칠후, 우체국 직인이 찍힌, 제 이름앞으로 보내진 작은 카드 한장을 우체통에서 꺼내면서( 바로 옆집사는 그 부인의 이름이 적혀 있어 의아해 하긴 했음에도 불구하고..)기대와 설레임으로 뜯어보았죠.

 

봉투를 열어보니 ‘Thank You so much……’라는 글씨와 빨간 장미 한송이가 그려져 있는 아주 소박한 작은 카드……  그속엔 아이를 잘 돌봐줌에 감사하다는 고마운 마음이 그득 씌여 있었습니다.

 

그 때, 저의 첫느낌은 ‘…그렇다고 뭘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기나긴 여운을 준 ‘감동’ 이였고, ‘행복’ 그 자체였었죠.  그 작은 마음의 표현이  이렇게 무지하게 큰 행복과 기쁨을 줄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사람들에게서 늘 닮고 싶은 좋은 모습과 생각들…..  그렇게 전 그 부인이 내게 보여준 마음이 담긴 감사의 표현에 전염되며 조금은 따뜻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지나온 날들만큼이나 살아오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감사를 전하면서 그들이 나처럼 전염되길 바라는 그 많은 날들중 어느날이었습니다. 

 

행복한 눈물이 촉촉히 젖은 목소리를 듣게 된 한통의 국제전화….

 

얼마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은 집사님께 감사를 전할 방법이 없어 수소문 끝에 그 집사님이 다니시는 교회로 카드와 제 맘이 적힌 편지 한장을 보냈었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렵사리 그 집사님께 전달이 되었답니다.

 

사실 전 그 집사님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혼자계시는 저희 엄마께 제 몫까지 너무 잘해주시는 집사님이십니다.  저희 엄마의 목소리는 그 집사님으로 인해 늘 밝으셨고, 외롭지 않으셨음을 전 매일 아침 들려오는 상쾌한 엄마의 목소리로 짐작하기에 아주 충분했죠.

어머니를 일찍 여의셨기에 저희 엄마에 대한 그 집사님 사랑이 더 진실했고, 귀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을 베푸시는 닮고 싶은 그분에게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저에게 큰 행복과 감동을 전해준 오래전 이웃의 그 부인처런 감사의 마음이 담긴 소박한 카드 한장이였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감사를 보내와서 그 마음을 받게 되니 너무 행복했답니다.

 

아마 그 집사님도 저의 그 첫느낌처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합니다….

 

더불어 이제 막 전염되어 버리신 그 집사님이 또다른이에게 전염시키길 바라면서 말이죠…

 

우리네들은 ‘마음의 감사’에는 너그러우면서도 ‘감사의 표현’에는 왜 그리 인색했었는지 모릅니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는 품고 있는 감사의  마음보다 더 많이 퇴색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어요.

그리고  한가지 더! 누군가에게 전염시킨 감사의 표현으로 내 자신이 더 행복할 수 있음 또한…

 

그 후로도 전 그 행복과 기쁨을 전염시키고 싶어 종종 우표가 붙어 있는 감사(?)를 보내곤 합니다.

식사 초대를 해줬던 이 사막의 이웃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