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고, 가꾸고, 잘 지켜나가려는 ‘아줌마’들에게 늘 가슴 한구석 무겁게 자리를 잡는 것중 하나가 아마도 집안의 대소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땅히 축하 받아야 하는 결혼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슬픈 사별이나, 그 밖에 여러가지 큰일을 치루는 동안 많은 아낙네들이 크고 작은 갈등들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전 ‘제사’라는 집안의 대소사중 하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어 저의 생각을 보듬어 보려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유교 사상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이 미국 생활에 나름대로 흡수되어 살다보니 전 좀 비합리적인 형식의 제사에 대해 불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네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집안의 장손이 조상을 섬겨야 한다는 현실!
장남이 조상들의 제사를 책임져야 하는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가 예전엔 재산을 많이 물려 받았기 때문이였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알기도 했고, 간간이 듣게 되는 저희 친정쪽 기제사때 뵙는 집안 어르신들을 통해서 듣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 어디 그럽디까? 땅을 물려주던 시대는 이미 오랜 옛날…… 그 이유가 좀 퇴색이 되어가는 요즘이라 할지라도 그저 사회적으로 침묵(?)하에 당연히 장남들이 지내고 있는것 같던데요…
그러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슬그머니(?) 생겨난 ‘명절 증후군’이란 신종 단어도 생겨나고, 그즘에 맞춰 용감하게 방송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는 듯 설전들이 오가고….
아무튼 ‘제사’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무척 버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저희 친정에서도 제사가 있었죠.
20년 이상 할아버지 제사를 모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당연히(?)그리고, 자연스레 오빠네가 두분의 제사를 모셔갔습니다. 그것도 한여름에 한달 간격으로 두번, 그러고 나면 추석에, 명절……
제가 ‘미국 아낙네(?)’가 되면서 ‘제사’라는 친정 집안 대소사에 가까이 접할 기회가 적었지만 어쩌다 참석할 기회가 있을때마다 느끼는 상반되는 두가지가 있죠.
첫째론, ‘제사’라는 물리적인 모임이 아니라면 친척, 친지, 형제들끼리 한곳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가 드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천년 역사 만큼이나 다져온 조상님들의 지혜를 감탄하게 되고, 반면, 그저 묵묵히 준비하던 그 옛날 아낙네들의 모습이 변하는 시대만큼이나 스트레스(?)가 쌓여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가족의 합의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사를 지내는 분들도 꽤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상을 차리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제사를 모시는 사람의 몫일 수 밖에 없고, 참석하게 되는 가족들은 그저 들러리에 조연입디다.
묵묵히 잘 준비해 오던 우리 큰올케가 간간이 내뱉는 넋두리(?)는 그리 큰걸 바라는게 아니더라구요.
제사지내고 돌아가기 전에 삐죽 내미는 하얀 봉투보다는 모이는 가족을 위해 음식 한가지 해 가겠노라 하는 마음 씀씀이를 바라는 거였고, 음식을 해가지고 오겠다고 하는 아래동서들에게 애들 데리고 힘들텐데 그냥 편하게 오라는 배려의 맘이 자연스레(?) 생겨나길 바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배려’란 상대적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말 할테지만, 그건 마음의 가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누군가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배려’입니다.
결국 자손들을 위한 경건한 격식이라 할 수 있는 이 ‘제사’라는 것이 맑은 마음으로 부터 준비를 해야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트레스 받아가며 결코 즐거운 맘과, 내 자손을 위한 조상님들에 대한 경건함 없이는 굳이 이런 격식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가끔 이런 문제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만들어 보니 제법 그럴싸합디다. 드물긴 하지만 간혹 그런 집들도 있다고 하던데…
용감하게 시도 한번 해보자구요!
첫째, 제사도 일년에 한번씩 형제끼리 돌아가며 지내기!
(물론 격식 차리시는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경을 치시겠지만…
)
그게 불가능하다면? 맏이들에게 몇년에 한번씩 안식년(?) 주기!!!!
둘째, 참석하는 가정에서 음식 하나씩 만들어 오기!
(상에 올리는 음식보다는 모이는 가족들을 위한 음식…
)
능동적인 맘으로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
세째, 상위에 차려지는 음식의 갯수보다 즐거운 맘으로 준비하기!
(조상님들 오셔 드시고 체하시면 안되니깐…
)
이런 것들을 돈키호테(?)방법이라고 어르신들은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점점 이기적인 세상엔 가끔 돈키호테(?)나 온달(?)같은 순수한 삶도 괜찮지 않나요?
오히려 두시대를 살아가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먼저 제안을 해야 옳은게 아닌가 싶네요.
시대를 ‘타협’할 줄 아는 어르신들이야 말로 우리가 본받고 싶어하는 진정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는 가족이야 말로 저절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좀 이른나이에 가정을 꾸미고 미국에 와서 그런지 옛어르신들의 조상님 섬김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인정 합니다.
하지만 전 둘째 며느리로서 돌아가신 저의 시부모님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이란 지역적, 문화적인 특성으로 한국만큼이나 제사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지만 나름대로 돌아가신분들에 대한 예의와 저희 가족의 마음이기에 늘 상을 차립니다.올바른 상차리기는 잘 모르지만 좋아하셨던 음식들을 준비하고, 좋아하셨던 꽃 한다발과, 환한 미소가 있는 사진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한 할아버지, 할머니 추억만을 얘기하며 식사를 합니다, 그날만큼은…
그렇게 해야 그분들도 외롭지 않으실거란 생각에 제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성의라는 이유에서죠. 물론 이런 저의 모습이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길 바라는 얄팍한(?) 마음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어쩜, 저는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기에 쉽고, 가슴깊이 그리워하며 제사를 지내는지는 모르죠.
엄청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엔 아버지,보름전엔 할아버지 제사로 고생하던 우리 큰올케가 한숨 돌리고 나니 저만치서 한가위 ‘추석’이 딱~ 버티고 있네요…
가까이 살면 살림의 고수(?)인 내가 맘껏 도와주고 싶은데, 늘 맘뿐이라 속상하고……
몇년째,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화선을 타고 전해주는 달콤한(?) 말 한마디,
“조금만 기달려요, 앤디까지 대학보내고 서울가 살면서 못다한거 다 도와줄게. 이제 우리 형제끼리라도 돌아가면서 제사 지내자구요. 할아버지, 아버지도 나나 동생네나 어떻게 사는지 무지 궁금해 하실테니 우리집에도 오셔서 맛난 음식 드시고 가시게 할게. 딸이라고 제사 못지내는 법, 있우? 요즘 딸이 출가외인이 아니라 아들이 출가외인(?)이잖우??”
이렇게 실현가능 여부와는 상관없이 올 한해도 우리 올케의 맘이 한결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올케들! 우리 잊지말자구요… 집안 형제간의 화목은 다 여자하기 나름이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