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의 반성문
선인장 마을 이야기 2004/08/11 06:25   http://blog.azoomma.com/nayamina/149999

제겐 두살 위인 오빠와 세살 아래인 남동생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오빤 맏이답게 별로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었고, 동생들에게도 베푸는걸 아끼지 않았었던, 칭찬이 늘 곁에 머물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남동생은 흐릿 흐릿 남아있는 영광의 손톱자국만큼이나 부모님의 야단을 늘 함께 맞으며 자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말이 맞는 걸까요?  아님 자화 자찬일까요?속썩힌 자식이 효도한다고…  사실 제가 게중 개성이 젤 강한(?) 철없는 외동딸이였는데 아무래도 그만큼 후회가 큰지…. 남들이 그러대요, 열아들 보다 저같은 딸이 최고라고…

(저역시 점점 독립하려는 아들넘들 보니 딸이 정말 좋은 것 같습디다.-이것이 저의 슬픈 현실이지만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겠죠?)

 

세월이 이만큼 지난 지금, 저희 삼남매는 서로의 가정을 갖게 됐고, 형제에 대한 애정보다는 각가정에 대한 책임이 먼저가 되다보니 미운정, 고운정을 뒤로한채 그저 별일없이 서로가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그렇게 저희는 시누, 매제가 되었고, 하나둘 조카가 생기면서 고모가 되고, 삼촌이 되어가면서 점점 커다란 가족울타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집에서도 새가족이 생길적마다 겪어야했던 갈등들이 있었지만 정말이지 운이 좋게도 맘 넓은 두 올케들의 지혜로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간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 ‘시누’라는 꼬리를 달고 있는 제가 며칠전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무슨일이었냐고요?

 

사실은~~~

 

아직도 시를 좋아하시고, 가을 낙엽을 보면 가슴 설레하시고, 하얀 눈이 내리는 날엔 창밖을 하염없이 보는거 좋아하시고, 성탄절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세워놓고, 올망졸망  이쁜 상자에 온 식구 선물 하나씩 챙겨 놓으시고, 점점 빨간 원피스를 즐겨 입으시는 65세의 우리 엄마 때문(?)이었답니다….

 

꼭 딸이여서기 보다는 아마도 제 성격탓도 있겠지만, 제가 철이 들면서 부터 생긴 버릇이라고 할까요?  전 매일, 한국시간으로 이른 아침에 엄마와의 통화로 하루를 엽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혼자 계시면서 요즘 현명하신(?) 시엄니들처럼 개인생활 편하게 보장 받으시고 싶어하시기에 오빠네와 동생네들을 그들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효자(?)로 만드시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는 우리 엄마!

 

늘 엄마의 유쾌한 목소리로 시작한 저와의 대화는 서로의 소소한 주변얘기까지 함께 공유하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온 가족이 엄마의 스케줄을 훤히 꿰고 있다며 붙여준 ‘매니저’란 별명답게 전 엄마의 모든걸 함께하고 있죠.

 

그런 우리엄마가 며칠전 아침에는 제게 눈물의 목소리(?)를 들려주시더라구요.

오래전부터 서서히 오던 허리 통증이 갑자기 심해져서 잠 한숨 못주무시고, 고통스러워 하시다 보니 아마도 이래저래 서러우셨던 모양이예요.

너무 아파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면서 가까이 사는 아들들 집에 전화도 못하시고(왜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아들이기 때문일까요?) 울고 계시는 모습을 상상을 하니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화가 납디다.

 

좀 이른시간이였지만 전 오빠네로, 동생네로 득달같이 전화를 해대곤 순간 아들들의 무관심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갑자기 전쟁을 지휘하는 장관이라도 된양 이래라, 저래라 진두지휘하고……

휴우~~~

 

이렇게 이놈의 ‘시누’라는 어쩔수 없는 인물(?)이 되어 버렸었답니다. 쩝~~~~

 

엄마가 어린애냐? 글을 몰라 병원을 못가는냐? 엄마연세면 이젠 자식들 걱정안하게 알아서 건강 잘 챙겨야 하는거 아니냐? 당당하게 왜 아들들한테 연락 못하느냐? 엄마의 행동 하나 하나, 말한마디가 각 집안의 평화를 좌우하는거 알지 않느냐? 등등…

 

이렇게 ‘순간 다혈질’인 내 입에서 나온 온갖 독설로 엄만 엄마대로 상처를 받으셨을테고…. 흠~~~~

 

부리나케 달려온 동생이 병원에 모시고 갔다오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그리 걱정스럽지 않은 진단으로 내가 이성을 찾을 무렵, 나의 경솔함에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시누’라는 모습을 보게 된 우리 두 올케들의 맘이 어땠을까요?

저도 ‘올케’인데 그걸 왜 모르겠어요. 너무 잘 압니다.

 

그날 저녁 무지하게 무거운 맘으로 잠을 청했고, 다음날 아침 올케들과의 통화로 저의 경솔하고,무지한 행동에 대해 양해를 구했습니다.

 

‘절제’하지 못한 미숙한 제 자신을 채찍하며 깊이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