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아줌마 아들에게 쓴 편지...
선인장 아줌마가 쓴 편지 2004/07/15 03:26   http://blog.azoomma.com/nayamina/143967

사랑하는 나의 아들 토니에게....

 

며칠전 저녁 식사후 나눈 너와의 대화(어쩜 일방적인 아빠 엄마의 훈계였는지 모르지만...)로 부모가 된다는 것이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님을 또! 알았다...

더군다나 미국속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엔 더욱더....

그치?

너 또한 정체성에 많이 힘들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70년대 초반에 미국으로 온 아빠와 90년대 초반에 온 엄마의 머리속엔 그때까지만의 고국모습이 있기에 2000년대를 살아가는 너에겐 적잖은 부담감(?)이 아닐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자로서 누구나가 겪게 되는 자식과의 갭을 어떻게든 줄여 보겠다고 앤디가 한살, 너가 세살 무렵 아빠가 많은걸 포기하고 한국에 직장을 잡아 우리가 5년을 살다온 덕분에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매년 여름방학때 한국에 나가 외갓집 식구들과의 어울림으로 너흰 남들보다 한국 문화를 더 가깝고 자연스럽게 배워왔던 것 같아.

 

그런 널 보면서 엄마 아빠가 참 많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는데 가끔 우리 토니가 정체성에 대해 흔들리는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요즘이구나....

 

딱히 꼬집어 미국 교육이 이렇다 얘기 할 순 없지만 지난 12년동안 이곳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넌 엄마 아빠세대와는 다르게 왜 그래요?  내 생각엔요....  하는식의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로 자랐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엄마 아빠 눈엔 고집스런 토니가 되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생기는 충돌(?)이 잦은 요즘이구나.

 

너 말대로 틴에이저들의 특이한 호르몬(?)으로 인해 너도 모르는 반항(좀 심하게 표현해서....)이 나오는걸 이해하려 한다만은 거~ 잘 안되더라....

엄마 아빠도 지나온 그놈의 사춘기가 점점 요란해지는 느낌은 아마도 '부모'라는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이겠지???  쩝~~(외할머니한텐 죄송할 따름이구나, 요즘에 와선.....)

 

뒤돌아보면 자식 양육엔 정답이 없다만은 이제 성인이 다 되어 가는 나의 아들 토니에게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가족이란 '자신'을 주장하기 보다는 자기를 희생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맘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 

 

엄마 아빠가 가끔 심할정도로 통제하는게 많다는걸 알아.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수도 없이 얘기 해왔고, 그럴적마다 넌 원치 않는 이해(?)를 하는 척 했지...

그런 갈등과 고민속에서도 이렇게 착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엄마가 남들보다 이르게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서 할 수 있었던 건 열심히 '모범'이 되는수 밖에 없었어.   그래야 너희들이 엄마, 아빠의 모습 그대로를 흡수할테니깐, 스폰지처럼.....          정말 후회없이 엄마 아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어느 사람들처럼 노후에 자식 덕 보자고 그런거 아닌거 알지?  미국 문화에서 좋은점은 노후 대책이 빵빵해서 오히려 쿨(cool)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거...  너 또한 엄마 아빠 유산 탐내지 마라...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서도....

 

토니야!  너 아빠 알지?  너무 잘알고 있지?

남들보다 성실한 아빠에 대한 감사, 절대 잊지말아라....

 

너희들에 대한 아빠의 열정은 아마 그 어느 누구도 못따라 올거야, 가끔 니들이 버거워 했을지라도.....  알았지?

 

엄마는 요즘 아빠와의 20년 삶을 돌이켜 보면 못마땅했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빠의 선택들이 결국 다 옳은 결정들 이였음을 알게 됐어.

그래서 감사함이 저절로 생기더구나....

 

엄마가 전에 얘기했지?  

감사함은 머리로 생기는게 아니고 마음으로 생기는 거라고....

 

사랑하는 아들아!

비록 밖에서 보는 미국 부모들과 엄마 아빠가 많이 달라 혼란스러워도 절대 그들은 우리가 될수 없고, 우리 또한 그들이 될수 없음을 기억해다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렴, 그것이 비록 버겁고,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이렇게 가끔 너에게 편지를 쓰는 엄마는 가슴으로 읽어주는 널 참 자랑스럽게 생각해.

 

정말이지 그 옛날 너희들이 집에서 영어로만 이야기 하려는걸 야단쳐가며 억지로 한국어 만 사용토록 한 보람이지 싶다.....  그치?

 

답장 보내줄거지?   이젠 거의 오타없는 너의 한글 어휘가 할머니 보다 훨 낫더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