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어제 새벽까지 친정에 가 있었다. 친정에 두달만에 가는 거였고, 조모 제사가 월요일에 있었다. 친정은 제사를 12시가 넘어야 지내기 때문에, 먹고 치우고 나서 집에 오니 2시가 넘었다. 친정 엄마가 싸준 음식들을 냉장고와 베란다 옮겨 놓고 씻고 나니 3시반...
게다가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지역모임 정모가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두르다 보니 지금.
이 시간.
혼수상태 직전이다.
모유를 먹이고 나서부터는 이렇게 피곤할 때 잘 챙겨먹지 않으면, 모유양도 확 줄어들고 어지럽기까지 해서 두 아이 보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오늘은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초저녁부터 잘 자고 있으니 엄살을 떨면서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친정은 전라도이고, 시댁은 경북이다보니 제사음식부터 예절까지 너무 달라서 결혼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시댁 제사는 아직도 마구 헤맨다. 음식도 재료는 비슷한 게 많은데, 조리하거나 먹는 방법도 많이 다르다.
양쪽 부모님이 모두 집안 장손이신분들이라 제사를 일년에 열 몇번씩 모셔야 하는집안 풍습에는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결혼하기 전엔 느끼지 못했던 압박감을 요즘들어 느끼고 있다. 내가 맏며느리이기 때문에 미래에 직접 모셔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제사를 매개로 해서 온 집안 식구들과 어른들이 수시로 모일텐데 집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잘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생긴다.
제사.
참 좋은 풍습이다. 자손들이 함께 모여서 돌아가신 어른들을 기리면서 예를 올리고 그분에 대한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 아닌가. 그러나 하루종일 허리를 굽혀가며 일해야 하는 여성에게는 일방적으로 강요된 희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사가 끝나면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 너무 짧게 끝나 항상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어머니들은 의무처럼, 우리들은 불편한 관습으로, 우리 자식세대들은... 제사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