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나의 문화생활 2003/10/17 00:48   http://blog.azoomma.com/namdeak/101894

김시(1524~1593), <동자견려도>, 조선중기, 16세기 후반, 絹本淡彩, 111×46cm, 호암미술관 소장

 

 

갑자기 웬 그림 타령?

원래 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을 좋아했는데, 막상 전공은 조각사를 택해서 엉뚱한 공부를 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집에서 놀고 있지 않은가...

비록 회화사를 전공하지는 못했어도, 그림 좋아하는 취향은 그대로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미술관을 같이 다닐만큼 크면 많이 데리고 다닐꺼다. 많은 설명이 필요 없어도 예술 작품은 가슴으로 느끼는 거니까. 그렇게 가슴으로 남는 감동은 평생을 간다.

 

이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중 하나이다.

대충 보면 알겠지만, 얼굴이 동그란 동자가 다리를 건너지 않으려는 나귀를 잡아 끌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주위의 산수는 웅장하게 표현되어 있다. 멀리 보이는 산은 안개로 희미하게 처리되어 공간감이 두드러지고, 동자와 나귀 밑에 있는 바위들은 진한 농묵의 부벽준(斧劈준: 도끼로 찍어낸 듯한 기법)으로 능숙하게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절파화풍이라는 중국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그림과의 차이점은 여백의 미에 있다. 중국 산수화들은 정말 스케일도 커서 작품의 크기도 크기려니와 산수의 규모가 너무 웅장해서 폭포가 꼭 들어간다. 그리고 빽빽한 산림과 물을 온갖 기교를 동원하여 표현했기 때문에 멀미가 난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의 그림이나 글씨는 모두 한쪽 면을 비워둔다. 한 숨 쉬어가라는 듯. 

이 작품에서 동자와 나귀말고 주인공이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인데, 조선시대에 그려진 산수화에는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간다. 이렇게 양식화된 소나무 표현은 중국의 예찬이라는 화가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나중에 조선시대 산수화를 감상할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보길...

조선초기 소나무의 다른 특징 또 하나. 해조묘(蟹爪描). 소나무 가지를 게 발톱처럼 표현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에도 나오고, 초기 안견풍 그림들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