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을...무지개와 함께
기본 주제방 2003/10/12 09:02   http://blog.azoomma.com/nalari3/101359

아줌마 닷컴에 들어오면 그냥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마는데.

오늘은...드디어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흐미~~~~!! 무지 좋으네.

 

이곳은 지금 토요일 오후인데...중남미는 원래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라, 주말만 되면 텔레비에 온통 축구중계로 도배를 한다.

울신랑은 텔레비의 축구경기와 케이블 티비의 야구, 골프 등 리모콘 하나 쥐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대기만 한다.

 

내가 선호하는 메뉴는 곰탕이다.

왜? 그거 하나 해놓으면 한 2-3끼는 걱정없이 끝나니깐.

어젯 밤에도 열나 핏물 빼어서 새벽 3시까지 꼬리곰탕을 고았다.

오늘 아침에 신랑 그거 해서 먹이고 나니...심심해져서 신랑이랑 나들이를 나갔다.

울신랑은 숙제 하러 간단다.

나갔다 와야지, 편안하게 숙제 끝내고 축구 볼수 있다나.

내가 좋아하는 바게뜨집 가서 맛있는 바게뜨랑 아이스 카푸치노도 먹고, 영화도 봤는데.

영화 선정을 잘못해서 머리에 쥐나 죽는줄 알았다.

영화 전광판을 좍 고르는데...'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가 나왔길래, 단한번 망설임 없이 울신랑이랑 둘다...바로 저거다 하고 들어갔는데.

어케 대사가 그리 많고 복잡하고 고난이도의 이해를 요구하는지.

영어로 말하고 스페인어 자막이 있는 그 영화를 보면서, 영어로 듣다가 안들리면 스페인어 자막보고, 그거 보다가 또 이해 못하면 영어에 귀기울이고...

한시간 반 가량 영화 다 끝나고 나오면서 탁 뱉은 울신랑의 한마디.

"햐~ 그 영화 졸라 어렵네 ! "

막 웃었다. 그게 정답이었다. 재미있고, 없고가 아니라...우리에겐 넘 어려웠다.

영화보고 나오니 넘 긴장하고 집중해서 본탓에 힘이 다 빠지고 더 피곤하기만 하두먼.

 

집에서..울신랑은 예정대로 축구에 몰입하고, 난 컴 앞에서 이리저리 놀고 있는데.

갑자기 내 눈앞의 창가가 발갛게 물들어 있는거여.

아직 밤도 안되었는데, 벌써 가로등을 켜놨나 하고 의심을 하곤 창을 쳐다봤다.

(우리 아파트는 콘도미니엄 형식이라 단지가 크고, 집 바로 앞이 수영장이며 수영장을 끼고 늘어진 길가로 노란 백열등이 좍 켜져 있기땜에...)

헌데...내 눈을 의심했었다.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선명하고 이쁜  그리고...완벽한 무지개는 본적이 없었다.

비도 안왔는데, 날씨가 맑기만 했었는데...마른 하늘의 무지개가 무얼 뜻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아는 사람 없남...

내가 방충망까지 확 열어 젖히고,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섰는데...

무지개가 나를 중심으로 둘러싸서 완벽한 타원형을 이루며 선명한 색깔을 띄고 있었고, 그 뒤로는 구름이 붉은 노을에 쌓여 연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온몸이 전율이 뻗칠 정도로 경이로운 관경이었다.

헌데, 그 찰나에...화장실 신호가 와서리.

화장실을 다녀오니,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사라지고 그냥 보통의 하늘이 되어버렸더라.

 

그래도 나는 지금 무지 행복하다.

감성지수가 높은 나는...커피 한잔에도, 심금을 울리는 음악 한곡에도 행복을 노래하며 부르르 떨수 있기에.

오늘은 그 멋진 무지개에 쌓여서 내 소원까지 빌었으니...이보다 더 행복할수가 있을까 싶다.

 

이제 울신랑 저녁 먹여야겠다.

바이...나만의 공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