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나온다~~
♥향기로운 글 방~~~♡ 2004/02/05 13:46   http://blog.azoomma.com/mis222/115442

      보름달 나온다 보름달 보아라 김 종 제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떠서 저렇게 온누리 밝혀주는 저 달 보름달 나온다 보름달 보아라 오래 전에 토끼 두 마리가 방아를 찧었다는 저 달 보름달이 사실은 우리 어머니가 한밤중에 물 길러 나갔다가 우물가에 빠진 나를 건져내서는 아무도 모르게 뱃속에 품었다는 저 달 아무도 모르게 자궁 속에 곱게 심어서 열달 만에 잉태되어 나왔다는 귀한 생명 같은 저 달이 사실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 본 적도 없는 할머니 젖가슴 같고 할아버지 무덤 같은 저 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보리고개 넘어가는 어머니 한숨 같은 저 달 쟁기로 호미로 삽으로 흙을 파며 살아온 아버지 논밭의 주름살 잔뜩 낀 얼굴 닮은 저 달 달아난 세월 붙잡지 못하고 안타까이 늙어버린 눈가에서 흘러내린 소금기 진한 눈물로 만들어진 저 달이 사실은 빰 맞고 머리 쥐어 터지고 가르고 금 긋고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오는 장마에 온몸 축축하게 젖어 시체같이 널부러진 한반도 같은 저 달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 병이 난다는 저 달이 사실은 신화도 전설도 다 죽어버린 헐린 집 헐린 마음 가득한 폐허로 변해버린 저 달 불어오는 바람에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다가 아라리 소금강 뗏목처럼 흘러가다가 바위에 나무에 부딪히고 깨어지는 저 달 거지 같은 세상에서 어둡고 흐린 먼 하늘 부질 없이 떠가는 구름 같은 손가락질 돌팔매질에 화를 내면서 걸어가는 다 닳아 구멍 깊이 파인 사방에 널려있는 빨래 같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날아오는 철새들처럼 때때로 아픈 옛 기억을 들쑤셔대는 저 달이 사실은 슬픔도 괴로움도 삶의 다른 모습이라고 큰 소리로 일갈하며 꾸짖으며 깨우치며 휘영청 대보름 남산 위에 떠오른 저 달 보름달 나온다 보름달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