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그 슬픈 탄생
한국‘아줌마’의 왕성한 구매력에 놀라 아줌마들이 누구인가에 주목한 프랑스 정부 관광청은 그들의 관광시장 연구보고서에서 ‘a d j u m m a’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4 0대 이상의 집에 있는 여성들로 자녀를 다 키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
그러나 실제 일상에서 아줌마로 불리워지고 있는 대상은 결혼한 여자로서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연령대에 들어가지 않은 ‘ 여자’나 ‘사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과장님’ 등과 같이 특별히 별다른 호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누구나 다 아줌마로 호칭될 수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아줌마라는 호칭을 익명의 상황에서 들으며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아줌마라는 호칭은 아줌마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여성을 칭하는 의미를 넘어 ‘어떠 어떠한 특성(질)’을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푹 퍼진 몸매’, ‘뽀글뽀글한 퍼머 머리’와 같은 신체적 특성이나, ‘추리닝 옷차림’, ‘아무데서나 큰소리로 수다떠는 행동’ 등과 같은 행동적 특징들 속에서 아줌마는 ‘아가씨’와 다르고, ‘아저씨’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된다.
그런데 그러한 독특성 속에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적 미덕은 다소곳하고, 조심스러우며, 수줍어하는 모습인데, 일단 결혼을 한 여성이 아줌마로 호칭되기 시작하면 처녀 적의 수줍음과 다소곳함은 온데간데 없고, 억척스럽고 수다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아줌마 집단’으로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사회와 단절되다 보니 남편과 아이에게만 집착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지고 가족이기주의, 표피적 감각, 물신주의에 함몰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즉, 아줌마를 둘러싼 사회적환경이 기혼여성을 아줌마로 만들고, 또한 여성들도 아줌마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그들의 기대에 따라 아줌마다운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그들의 편견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를 낳게되는데,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자기이행적 예언( s e l f - f u l f i l l i n g p r o p h e c y ) 이라고 한다.
서구의 경우 결혼한 여성을 칭하는 미세스라는 말이 있고 일본의 경우, 나이 든 여자를 존경하여 부르는 오바상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나, 미세스의 경우는 단지 기혼과 미혼을 구별하는 말로 항상 성(姓)과 같이 호칭되어 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오바상은 처음 보는 사이에서 손아래 사람이 손위 여자에게 함부로 부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성격적, 행동적, 외모적 독특성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그렇게 불리워지는 여성에 대한 멸시를 담고 있는 아줌마와 같은 호칭은 대한민국 이외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어머니, 아줌마, 사모님, 아가씨에 대한 지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은 아줌마를 사모님이나 아가씨에 비해 엄마의 긍정적인 속성-푸근하고, 따뜻한- 을 지닌 존재지만 아가씨나 사모님에 비해 늙고, 추하고, 뻔뻔스러우며, 출세하지 못한 남편을 둔 여성으로 지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즉 한국의 아줌마 집단은 우리의 어머니들을 길거리에서 익명의 상황에서 마주치는 순간, 그냥 한심한 아줌마로 폄하하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기현상이다.
진정한 아줌마 찾기: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한국 문화에서 아줌마 세력의 부각에는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찾아온 I M F의 영향이 크다. 아줌마에 관한 논의가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빈번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리사회에서 아줌마가 하나의 강력한 세력으로 부각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즉 아줌마의 부지런함, 구질구질하다고 비하했던 절약정신이 미시족의 세련됨보다 더 후한 점수를 받고, 그들의 푸근하고 자기희생적인 어머니 같은 면모가 경제적 불안과 생활고에 찌든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종 아줌마의 전형인 탤런트 전원주와 펑퍼짐한 얼굴과 수다스러운 말투로 성문제를 풀어가는 구성애의 부각은 ‘아줌마열풍’을 대변한다. 또한 여성학자 오숙희의 대중적 성공은 아줌마 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아줌마의 표상이 이제 적극적이고, 안정적이고 듬직한 이미지로 개선되어 나가고 있다. 과도한 여성성이 강조되었던 처녀시절을 지나,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여성이라는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줌마 집단 속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잘나고 똑똑한 여성들의 전유물로나 여겨졌던 여성학을 실생활과 접목해 구수하게 풀어내는 오숙희의 달변과 아줌마스런 외모 속에서 여성학이 평범한 여성들의 생활 속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한 실례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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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파일첨부)
텍스트 출처: 대홍기획 사보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