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는 최고경영자다 |
[한겨레] ‘아줌마’란 이름의 여성들. 60, 70년대 구박과 설움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데서 나라 경제를 받쳐주던 우리의 어머니들. 한때 ‘소외받은’ 소비계층으로 폄하되다, 경제위기 때엔 빈곤층으로 내몰렸던 주부들이 최근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 동력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줌마는 가정 경제의 최고경영자(CEO)다!” 5월31일을 ‘아줌마의 날’로 정한 인터넷사이트 ‘아줌마닷컴’(azoomma.org)이 최근 ‘아줌마 경제살림 공모전’을 열었다. 이번 공모전에는 ‘베스트 가정 시이오’ 등 5개 부문에 200편 이상의 글이 몰려 우리 시대 ‘강한 아줌마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 아줌마는 가정 경영의 CEO=대상을 받은 정현정(35·서울 공릉동)씨는 결혼 5년차 주부다. 한때 유치원 교사 일을 했지만 결혼 뒤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나라 경제는 잘 풀리지 않고 남편 월급은 늘지 않고…. 맞벌이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육아라는 최대 걸림돌 때문에 결국 ‘합리적인 가정살림 경영’ 쪽을 택했죠.” 헤픈 씀씀이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가계부 작성을 통해 정확하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실현했다. 3년 만에 1천만원을 모아 10년 된 승용차를 새차로 바꿨다. “기업경영에 시이오가 있듯이 집안 경제를 살리는 힘도 아줌마 시이오로부터 나옵니다.” 은상을 받은 결혼 6년차의 김수진(29·울산)씨는 ‘프로정신이 없는 평범한 주부’를 전업주부라고 부르는 데 불만이 많다. 김씨는 아침에 깔끔한 정장을 입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여성들을 볼 때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금융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우선 가정의 최고경영자로서 바로 서기로 결심했다. 김씨 역시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가계부)를 작성하고, 최고경영자답게 스케줄도 꼼꼼히 관리했다.
형제·자매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들과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집안 경영의 파트너인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들어 적극 협력하도록 만들었다. “돈만 밝히면 인간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아이에게도 돈의 개념을 알려주자”는 신념으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처우 개선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고단수’의 경영기법을 활용했다.
■ 10년 앞을 내다보는 아줌마=6개월 된 초보 주부인 김지은(25·서울 합정동)씨는 “주부는 가정경제를 이끄는 시이오인 만큼 경제와 전산에 대해 익히는 것이 필수”라고 권한다. ‘분산투자로 인한 위험 최소화’, ‘미래대비 투자’, ‘여유있는 예산편성에 의한 유동성 확보’ 등 가정경제 재테크의 지침도 마련한 김씨는 전문경영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대출금을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세밀하고 폭넓은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저축과 투자를 조화시켜 나갔다. 그는 “앞으로 10년을 계산해 현재를 알뜰하고 즐겁게 살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계획적인 지출과 예산관리를 통해서만 물가상승 같은 어려움에 대비하고 능동적인 가계관리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공모전을 연 아줌마닷컴의 황인영 사장은 “과거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탱한 보이지 않는 힘은 어머니 세대의 아줌마였다”며 “많은 아줌마들이 육아, 직장에서의 차별 등의 문제로 사회 참여가 쉽지 않은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이제는 가정 경제의 최고경영자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는 아줌마가 더이상 소외받은 집단의 이름이 아니라, 가정 경제의 능동적 주체이자 적극적인 사회 참여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줌마닷컴은 오는 31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수상작에 대한 시상식과 함께 이들 작품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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