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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가면서 아이가 관련된 뉴스만 봤다 하면 혀를 쯧쯧 차거나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를 때가 많아졌다.
재혼과 생활고로 인해 공항에 아이를 버렸다 CCTV에 잡힌 엄마, 친자식이 아니라고 개패듯 패고 방치해서 죽음으로 몰고간 삼촌이나 계모, 고아원보다는 아이들 얼굴 보기 쉽대서 힘든 와중에도 비싼 돈 줘가며 남매를 위탁가정에 맡겨놓았더니 허구헌날 애들 때리고 굶기고 하다가 그렇게 추웠던 긴긴 설연휴에 난방도 안된 집에 애들만 남겨놓고 지들만 다른 곳으로 명절 쇠러 갔다 들킨 뻔뻔스런 위탁부모, 카드빚 갚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고 돈을 요구하는 무지막지한 놈들, 개중에 압권은 -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라곤 볼 수 없는 - 마누라랑 부부쌈 하구선, 홧김에 아이들을 차에 태워 수면제 먹인 다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자고 있는 어린 두 자식을 차디찬 한강 물에 냅다 던져버린 비정한 아빠였다.
이렇게 줄줄이 떠올려보기만 해도 살이 부르르 떨리고 한숨이 나온다. 다래를 낳기 전엔 이런 비극적인 뉴스가 연이어 터진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래 낳고서 보니 세상이 점점 절망으로 치달아가는 것만 같아 참으로 아이 키우기 무서운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아이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으리라.
이 부분에서 문득 영화 ‘더 록’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소포로 배달된 인형 안에 내장된 폭발물을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제거한 니콜라스 케이지가 특별휴가를 받고 집에 와서 풀죽은 표정으로 기타를 뜯고 있는데 자신의 연인이 귀가한다. 둘이 동시에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말이 얽히자, 여자는 니콜라스에게 우선권을 준다. 니콜라스는 그 날 있었던 폭발물을 얘기하며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아이에게 정말 무책임하고 정신나간 일이라며 통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가 말하려했던 건 바로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임신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 기뻐 그에게 알려주려 했던 여자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으면서 분위기 썰렁해진 건 당연지사.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영화처럼 우리의 현실도 예정되어진 행복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고 체념해야 할까? 그렇다고 이 비극의 세상에 이미 내던져진 우리의 아이를 도로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잘 키울 수 있을지가 화두로 남은 셈이다.
내 짧은 머리로 몇 날 며칠 이리저리 궁리해본 결과는 우리가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지 않는 한 우리의 아이는 여전히 힘든 세상을 살아나갈 수 밖에 없음이고, 때문에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우리 모두가 세상을 향해 보다 따스한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눔과 베품, 정의의식(아, 넘 거창하다!) 들을 통해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실천에 옮긴다면 종국에 가선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바뀌어가지 않을까?(이 부분에서 제발 돌 던지지 마시라.) 그게 비록 더딜지라도 말이다.
좋아하는 책 가운데, ‘파워 오브 원’이란 소설이 있다.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 브라이스 커트니의 작품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영화와 소설이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고, 인종차별 철폐를 다룬 이 작품의 평가가 사람마다 극과 극이지만 , 내가 감동을 느낀 이유는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을 보면서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193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독립하기 18년 전. 엄마마저 돌아가신 뒤 고아로 외롭게 살고 있는 영국 소년 PK는 원주민들과 함께 대자연을 벗하며 살다 옆집에 이사온 독일계 백인 할아버지 닥으로부터 인생을 배우고, 흑인 원주민 길 피에트로부터 권투와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주는 레인 메이커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자라난 PK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결국 차별의 철폐에 앞장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빗방울 하나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 빗방울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루고 도도히 흘러가듯,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한 사람이 모이고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세상 살기 갈수록 퍽퍽하네 어쩌네 해도, 음지에서 묵묵히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름 없는 다수의 사람들로 인해, 가진 것이 적어도 이웃에 아낌없이 온정을 나누는 평범해 보이지만 한없이 위대한 그들로 인해, 그래도 세상은 한 번 살아볼만 한 곳이라고 허허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내 작은 힘이 얼마나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한은, 나의 사랑스런 딸 다래를 위해 우리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 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힘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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