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란....
영상시 좋은글 2004/12/23 21:28   http://blog.azoomma.com/m51753/173536

    정이란...


    여러분은 정(情)이라는 말을 아시지요?
    무어라 딱 부러지게 정의(定意)를 내릴 수는 없어도
    왠지 밝고 따뜻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눈물도 보이는 그런 단어가 아닐까요?

    특히나, 요즈음처럼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때
    무엇인가가 아쉽고 허전하고 그러하면서
    이 '정(情)'이라는 낱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이 정(情)이라는 낱말은 홀로서기를 할 때 보다는
    그 앞에 어떤 다른 한 단어를 붙여서 쓰는 경우가 더욱 많지요.

    연정(戀情) 애정(愛情) 모정(母情) 모정(慕情) 열정(熱情)
    우정(友情) 격정(激情) 무정(無情) 비정(非情) 따위 말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더 많고 많겠지만...

    이 정(情)이라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간다는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예쁜 여학생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모정(慕情)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러다가 중 고등학교 사춘기(思春期)에 들어서서는
    어떤 상대에 대한 연정(戀情)으로 몸살을 앓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서로 연애(戀愛)를 하게 되는 관계에 이르면
    열정(熱情)과 격정(激情)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또한 실연(失戀)의 쓰라림을 맛보면서는
    냉정(冷情) 무정(無情)의 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겠고요.

    결혼을 한 뒤 부부(夫婦) 사이의 정(情) 역시
    위에 말한 이런 과정(過程)을
    거의 고루 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소위 말하는 권태기(倦怠期)에 이르러서는
    냉정(冷情) 무정(無情)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하지요.

    그리고 이 단계를 무사히 넘기지 못하는 '부부'는
    이혼(離婚)이라는 쓰디쓴 슬픔으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이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
    왠지 서로가 불쌍해 보이고 측은해 보이는
    애정(愛情)보다 더욱 진한 애정(哀情)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세월의 나이테가 더 많아져서,
    얼굴 표정만 보아도 '똥 마려운지 오줌 마려운지'
    알게 될 정도가 되면
    남자(男子)와 여자(女子)라는 상대적 관계
    즉 부부(夫婦)라는 관계를 넘어서서
    '삶의 친구'로 느껴지는 우정(友情)으로 변하게 되더군요.

    이 우정(友情)의 단계마저 지나게 되면
    정(情)이라는 낱말 앞에 붙는
    온갖 군더더기가 다 떨어져나가고
    다만 '정(情) 하나만 남게 된다.'는 군요.

    그래서, 서로 투정하고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 같은데도
    “왜 같이 사시느냐?”고 물을라치면
    “정(情) 때문에 사는게지..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세월의 찌꺼기 같은 주름이
    얼굴 가득한 나이가 되어서야
    낱말 앞에 붙는 온갖 군더더기를 다 떼어내고
    다만 정(情)이라는 말 하나만
    홀로 남게 되는 것처럼
    이런 욕심 저런 근심 다 떼어내고
    죽음마저도 감사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서 진정한 행복(幸福)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