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 하지 않으니까 내가 하지요♣
송도 고보에 취임한 석주명은
곧 개성 지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나비 채집을 시작했다.
당장 참고할 만한 나비 전문 서적이 없었으므로
나비를 채집해서 일단 그것들의 학명을 알아본 뒤
개성 지방의 나비분포 상태를 밝혀 낼 속셈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개성 지방에는 나비가 130여 종이나 살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은 종이 서식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나비 연구는 첫 출발치고는
아주 드문 행운을 만난 것이었다.
석주명은 쉬는 날마다 포충망을 들고
개성 주변의 산과 들을 누볐으므로
이미 개성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물이었다.
학문을 가르치는 점잖은 선생님이
커다란 자루를 매단 장대를 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비를 쫓아 이리 저리 뛰는 모습은
기인의 행각으로 비추어졌던 것이다.
"나비는 잡아 무엇에 쓰시려우?"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으면 그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어떤 사람은 그가 뱀을 잡으러 다니는 땅꾼인 줄 알고
뱀이 많은 곳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몹쓸 병에 걸려 약에 쓰려고
나비를 잡는 것이 아니냐고 넘겨짚기도 했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웃기만 했다.
그의 학문을 조금 이해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물어올 때에야 비로소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남이 하지 않으니까 내가 하지요."
"왜 다른 사람은 하지 않습니까?"
"돈이 생기지 않아서 그래요."
"어째서 돈이 생기지 않는 일을 합니까?"
그 다음 대답은 마음속으로만 했다.
'나의 사명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연구하여
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는 훗날 세계적인 학자들이 붙인
학명 천여 개의 결함을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세계 동물학계에 유명한 학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ㅡ좋은 생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