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스페인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백혈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성악가로서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지난 87년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항암 치료를 견뎌내고 종국에는 골수이식을 통해 벽혈병에서 완쾌됐다. 카레라스는 88년 7월 그의 고향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호세 카레라스 국제백혈병재단’을 설립하고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파바로티와 도밍고는 90년 7월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합동 공연을 했는데, 이 공연을 제의한 사람이 호세 카레라스였다. 파바로티와 도밍고는 카레라스의 백혈병 완쾌를 축하하는 뜻에서 동참했다.
이처럼 백혈병에 걸린다고 해서 모두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최근 동종 골수이식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할 경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장기간 무병 생존율(완치율)은 40~60%이다. 즉, 반수의 환자는 백혈병을 이겨내고 새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급성 백혈병에 가장 좋은 치료는 골수이식이다. 형제 간 공여자 또는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비혈연 간 골수 기증자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친형제가 아닌 사람 간에 조직적합성이 일치할 확률은 수십만~수백만분의 1이다.
하지만 한국골수은행에 등록된 골수 기증자는 4만명을 약간 밑돌 정도로 매우 적다. 그나마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더라도 막연히 건강에 해가 될 것이라는 가족들의 반대 등으로 기증을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국민들이 골수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면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준성·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