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시, 이근대
내 안에 누가 살길래
폭포처럼 눈물이 떨어지는가?
나무가지 끝에서
눈물이 녹아 뿌리로 흐르듯이
내 안의 그 누구도
내가 죽을 때까지
내 마음을 흘러갈 수 없는가?
불을 지피다가
불 위에 물을 쏟고
나는 자꾸 자욱한 연기 속에서
가물가물 숨결이 약해지고 있다
혹처럼
독약처럼
그리움이 찾아오면
방사선과에 가서
나는 엑스레이를 찍어 보아야 겠다
내 안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내 안에 들어와서
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찍어 그에게 증명해야 겠다
그의 눈 앞에
내 심장을 꺼내 놓고
꽃나무 밑에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나는 죽고 싶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 KBS 드라마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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