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장난
-지현수 당신이 담장을 만들면 난 늘
그곳을 넘어야 합니다.
당신이 넝쿨을 치면 난 늘
피를 흘리기까지 해야 합니다.
넝쿨을 치우고 담장을 허물어
다시 한번 나와의 왕래를 허락해 주심이 어떨까요.
마음도 몸도 상처투성이인 나를
계속 보시려하는 것입니까.
바다 같은 당신이 갑자기
에베르스트산의 정상처럼 험한 사람이
되었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내가 산을 싫어 해서인가요?
아니면 도전해 보라는 말없는 충고인가요?
심연의 깊은 뜻을 저로서는 도저히
알 방도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있다가는 허우적 거리다가
육체는 산에 뭍히고
영혼은 심연에 뭍힐것만 같습니다.
예상되는 노을의 움직임이 이유없이 미워질 뿐입니다.
지금 내 머릿속은 휘청거리는 네온싸인들에 의해
복잡한 색들의 악마들에게 둘러 싸여져 있습니다.
이대로 노을을 따라가면 죽음이요,
악마를 따라가면 타락의 화신을 뿐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당신곁에 있어야만
죽음도 타락도 아닌 행복의 섬으로
항해를 하는 선장이 될 수 가 있습니다.
제발 배를 난파시키지 말아 주세요.
암초는 피해 갈 수 있습니다.
파도는 튼튼하고 견고한 배로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소용돌이만큼은
이겨낼수도 견뎌낼수도 없는 것입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부담을 갖지 마시고
예전의 만남처럼 자연스럽게 나에게 편지를 띄우세요.
항해를 위한 만반의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당신만 허락해 주신다면 배는
당신을 항해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섬으로 떠날일만 남은 것입니다.
이제는 소용돌이를 멈추어 주세요.
고집쟁이 그대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