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엄마의 죄와벌
기본 주제방 2004/12/16 14:07   http://blog.azoomma.com/lym2099/172476
20대 어머니의 `죄와 벌'
[연합뉴스 2004-12-16 09:15]
15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법정 302호.

피고인 대기실에서 A(여)씨가 나와 법정에 섰다. 하늘색 수의(囚衣)를 옥죄는 포승줄, 단발머리는 뒤로 질끈 묶었다. 피고인의 시선은 아래로 꽂혔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는 재판부가 할 말이 많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피고인은 초범이고 가난에 찌들어 생활고를 비관한 끝에 술기운에 심한 우울증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남편도 재판부에 피고인을 용서해달라고 여러 차례 탄원했습니다. 재판부의 마음은 지극히 무겁습니다."

A씨는 어려서 부모에게 매를 맞으며 자랐다고 한다. 중학교를 마친 뒤 가출해 술집에서 일하다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남편에게 허구헌날 맞고 살던 끝에 달아났다고 한다. 재혼한 지금 남편의 월수입 100만원으로는 아기 우유값도 못대자 술을 마시며 살았다고 한다.

"피고인에게 형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했습니다."

A씨는 작년 10월 술을 마시다 칭얼대는 아기를 요에 싸서 벽에 던졌고 올 6월에도 술을 마시다 우유병을 물고 자던 아기에게서 우유병을 빼앗고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고 한다. 아기는 질식사했다.

"피해자는 태어나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고 어머니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낱 미물도 자식을 위해 제 몸을 던지거늘 가난을 이유로 자식을 학대하고 급기야 살해한 죄, 그것은 천륜을 어긴 것입니다. 아들을 낳아준 모친이라 해서 아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

재판장의 음성은 더욱 가라앉았다.

"용서해달라고 법에 값싼 동정을 구하지 마십시오. 비명에 간 아들을 위해 진정 참회하며 기도하십시오. 한없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나날이 시작될 것입니다. 하지만 1심의 징역 4년도 아들에 대한 잘못을 용서받기에는 부족합니다.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합니다."

선고자 끝나자 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던 A씨의 어깨가 조용히 움찔거리는 듯 하더니 이내 피고인 대기실로 사라졌다. 겨울 하늘은 유난히 을씨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