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에 짓밟힌 한 여인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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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교보 등 30여개 국내외 생보사들이 영업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난 수년간 특정 개인의 인생을 왜곡ㆍ날조한 내용을 담은 파일이나 CD를 버젓이 판촉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인격 및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이들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지난해 승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과는 커녕 여전히 보란 듯이 판촉물을 쓰고 있어 도덕적 지탄을 받고 있다. 보험사 영업 판촉물의 주인공은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두 자녀를 키운 아픔을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란 시집으로 발간하며 96년 MBC 방송이 제작한 다큐물에 출연한 여류시인 강민숙씨(41). 인생 성공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이후 대한 교보 동양 등 국내외 30여개 보험사에 넘어가면서 ‘보험 들지 않으면 이렇게 망가진다’는 식의 영업 판촉물로 재탄생했다. 60여분짜리 인생 성공을 다룬 다큐물은 남편 무덤 앞의 오열 장면이 부각되고 아버지 사망 충격으로 아들이 자폐증 환자가 됐다는 등 사실 날조까기 가미돼 30여분짜리 기구한 사연으로 둔갑됐다. 특히 강씨의 남편 사망일(92년)이 둘째 아기 출생일과 같아 보험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업 도구감’이 됐다. 지난 2001년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강씨는 대한 교보 동양 등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승소해 2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지만 이들 보험사는 즉각 항소하는 한편 영업 효과가 좋다며 버젓이 5년 넘게 판촉물을 쓰고 있다. 현행법상 손해 배상금만 내면 또 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해도 처벌할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몇 푼 내고 또 영업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수억원짜리 보험 계약을 따낼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 앞에 개인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대한생명의 한 설계사는 “(판촉물을 보면)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며 “거의 모든 설계사들이 영업 목적으로 컴퓨터에 파일을 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아예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판촉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등이 올라와 있다. 1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보험 설계사들이 오늘도 강씨의 인생을 왜곡ㆍ날조한 CD나 파일을 들고 다니며 보험전선에서 뛰고 있다. 강씨는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기자실에 팩스를 보냈다가 담당 판사는 물론 변호인으로부터도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거냐고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변호인 박모씨는 재판부(서울지법 민사합의 민사 21부)가 판결로는 보험사의 도덕성까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임의조정’ 방식으로 판촉물 영업 금지 합의를 이끌어내는 ‘선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변호인에게 수십만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명예가 훼손된만큼 보험사에 언론지상을 통해 공개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당했다고 한다. 재판부의 임의조정 자체가 감사한 것이니 무리한 욕심은 말라는 식이다. 강씨는 결국 빚까지 얻어가며 1억6000만원이나 되는 소송 관련 비용만 부담한 채 보험사의 영업재발 방지 및 사과편지를 받는 것으로 수년간의 소송을 끝내야할 처지다. 애초부터 30대 보험사 vs 일개인이라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을까. 약자 앞에서 정의의 칼날을 휘둘러야 할 사법부가 막대한 자본과 법리 앞에 무력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