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파트의 광장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와 그 엄마 그리고 처음 보는 아줌마가 주인공이었다. 내용은 그랬다. ○○광고 전단을 층층이 붙이던 아줌마는 힘이 들었다. 놀고있는 동네 꼬맹이들에게 다가가서 “얘, 이것 다 붙이면 천원을 주겠다”고 했다. 몇 아이는 싫다고 했고 두 녀석이 1000원에 합의를 한 것이다.
열심히 붙이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이 광경을 본 것이었다. “왜 애한테 이런 일을 시키느냐?”, “아이가 언제 해보았다. 할 줄 안다. 지가 하겠다고 해서 시킨거다.” 둘의 언쟁이 계속되면서 아이는 불안한 얼굴이었다. 그 엄마는 자기 아이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누가 너한테 돈벌어 오라고 했냐고….이 때 은근슬쩍 뒤로 빠지는 아줌마. 광고 전단지를 붙이면 나중에 떼야하기 때문에 경비 아저씨의 일손을 더하는 것인데, 동네 아이를 매수해 시키다니 참 얍삽한 어른이다. 아줌마는 경비아저씨가 다가오자 줄행랑을 친다. 상황을 보니 광고 전단에 나오는 집의 주인 아줌마는 아니고 자신도 2000~3000원씩 받고 광고지를 뿌리는 사람이었다.
학교 앞, 토요일이면 여기저기 학습지 회사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말을 건넨다. 풍선, 사탕, 문구 세트 등은 동심을 잡기에 절대 부족하지않다. 어른 눈엔 조잡한 장난감이지만 아이들이야 어디 그런가. “갖고 싶지? 엄마에게 이것 시켜달라고 해. 전화번호 뭐야? 어디 사니?” 순진한 아이들을 통한 정보는 전화로 바로 연결된다.
“안녕하세요? ○○네죠 아유, ○○가 너무 잘 생기고 공부 욕심이 있는지요. 어머니 이것….”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냐고하면 아이 핑계를 대기 일쑤다. “아이가 너무 관심있어 하더라구요.”
“관심있다구요? 그 아이는 공부하고 담 쌓은 아인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공연히 아이만 나무라게 된다. “너, 누구한테도 전화번호 가르쳐 주지말라고 그랬지?!”
물론 “안 해요!” 하고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것이 애들 입이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단속하고 조심을 시켜도 아이들을 살살 달래면 줄줄 나오는 게 엄마 아빠 동생 형이다. 뿐인가 맞벌이를 하는지 집에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도 금세 알 수 있다. 엄마 친구라며 아이를 따라 집에 가는 수법으로 1억원이상 절도 한 여자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시피 순진한 아이를 속이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않는다. 요즘 애들은 너무 영악해라며 혀를 내둘러도 애들은 그래봐야 애들인 것이다.
부인하고 싶지만 문열고 살았던 옛날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치 세상은 너무 험하게 변했다. 사람은 더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중 삼중으로 잠그고 비밀번호도 최소 대여섯개지만 그래도 찝찝한게 타인이고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서로 믿는 마음을 가르켜야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래야하고 그러고싶다. 아이들이 자라고 또 이루어야 하는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기를 누구 못지않게 바란다.
하지만 정작 그 믿음을 깨는 것은 영악한 아이가 아니라 바로 어른들이다. 내 자식만 아니면 어떻게 되던지 관심없단 생각들. 입장을 바꿔놓았다면 화가 나지않을까?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는 내 새끼에게 돈 천원을 흔들며 20층이 넘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시켰다면…. 화가 나지않을까? 가가호호 방문이나 어른들에게 접근하는 어려운 방식보다 사탕 몇 개로 내 직업이나 전화번호등을 알아낸다면….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 하나. 아이가 문 앞에 편지를 써놓았다. “엄마, 나 어디 갔다올께”란 메모였는데 엄마가 그랬다. “누가 보면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도둑 들어.” 그러자 이 아이, “그런데 왜 남이 봐? 내가 엄마에게만 쓴 편지인데….” 아이들이 동심의 세계를 잃어버린다면 미래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빨리 어른 세상을 가르켜주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