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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의 경제 정책 가운데 내수 진작책으로 부자와 중산층의 지갑 둘 중 어느 쪽을 열게 해야 하느냐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옵니다. 부자가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경기가 살아난다(그래서 골프장이라도 여러 개 지어서 부자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야한다)느니, 부자의 내수 경기 기여도는 얼마 되지 않으며 결국 중산층이 돈을 써야 된다느니 하는 얘기들 말입니다. 둘다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냥 둘 다 지갑을 열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쓸만큼 써도 여유가 있는 부자와는 달리 일반 서민이나 중산층은 쓰라고 해도 쓸 돈이 없을 수도 있고, 갑자기 소비 여력이 늘어나기도 힘들 듯 싶습니다. 어차피 웬만한 부를 갖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논쟁은 남의 얘기라는 생각이 들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속상해도 꾹 참고 모아야겠지요. 돈버는 첫 번째 비결은 번 것보다 적게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번 것보다 많이 쓰면 결국 신용불량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말이 쉽지, 참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많이 쓰는게 미덕은 아니지만 남만큼 못쓰는 것이 유쾌할 리도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구요. 매사에 돈을 아껴야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물론,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야하고, 웬만한 외식도 자제해야하기 때문이죠. 계절마다 한벌씩은 장만하던 외투도 몇년전 것을 그대로 입어야하니 영 스타일도 살지 않구요. 친구들과 한잔 하고 "내가 계산할께"하는 허세도 부리기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께 드리던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니 이 역시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죠.
인터넷 카페나 재테크 책들을 보면 정말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세세하게 써놓았더군요. 제가 아는 한 주부는 다른 것은 다 따라하겠는데, 화장실 물을 아끼기 위해 소변을 모아 한 번에 내리는 노하우(?)는 못하겠다고 고개를 젓더군요. 정말 그 정도까지 해야할지 말지는 각자의 상황이나 판단에 따를 일이죠. 다믄 그래도 저축을 많이 하고 쓰는 것을 줄여야 한다면 즐겁게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덜 고통스럽게 쓰는 것을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 있을까요?
여기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하나씩 전해야겠습니다. 나쁜 소식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한다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소식은 그것이 습관이 되면 전혀 힘들지 않다는 것이죠.
한때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관련 책들중에서 가장 인기있는게 바로 '아침형' 인간에 관한 것이었죠. 돈을 벌고 성공한 사람들은 예외없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근거와 성공사례를 담은 책들이 수도없이 쏟아지고 실제 독자들의 인기도 상당했습니다. 문제는 적게는 10년,20년을 그리고 많게는 3,40년을 올빼미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날 그 책을 읽고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는 게 쉬울까하는 부분이죠.
꼭 그 책 영향이 아니라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결심을, 살면서 한 두번 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계속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과거의 패턴을 바꾸는 게 몸에 익숙할리 없고, 우리의 몸 역시 과거의 익숙한 패턴을 깨려는 시도에 강력히 저항하는 것이죠. 이미 습관은 늦게 일어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들에서 권하는대로 처음 작심3일에 성공하고, 1주일, 한달, 1년을 성공하다면 어느새 그것이 바로 습관이 되는 것이고 더 이상 괴롭지 않게 되죠.
제 얘기를 잠깐 할까요. 3년전 금연에 성공한 저는 15년을 하루에 1갑 반 이상 담배를 피워왔습니다. 그러다 금연을 결심했는데, 처음 며칠간은 정말 손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고통스러웠죠. 그러나 하루, 일주일, 한달 이런 식으로 금연 기간을 늘려가면서 습관을 바꾸자 내 몸은 어느새 금연 습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젠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 연기가 너무 싫어지고 괴로울 정도죠. 처음이 어렵고 고통스럽지 일단 습관이 된 다음에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그건 달리기도 마찬가지이고, 굳어버린 것만 같은 다리를 찢는 연습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짠돌이, 짠순이로 살아야하는 것도 단지 처음이 힘들 뿐입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60대의 A씨는 강남의 큰 부자이지만 무척 검소합니다. 탈색 기미를 보이는 외투를 자연스럽게 입고 다니고, 구두굽이 닳았대서 쑥스러워하는 법이 없습니다. 저랑 헤어지면 꼭 지하철을 탄다며 뒤돌아 터벅터벅 걸어가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온 탓에 전혀 불편함도 못느끼고 자연스러운 생활인거죠. 알뜰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습관이 될 때까지만 참으면 되는데 잘 참지 못하는 것이 항상 문제인 것 같습니다. 주제 넘은 듯 싶지만, 제 칼럼이 끝날 때쯤엔 많은 분들이 돈버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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