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질과 불면중
산부인과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태어난 아기의 눈이 부어있고 누런 눈꼽이 자꾸 나와 균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임질이었다.산모에게 검사 결과를 알리고 아기 치료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어서 산모가 물었다.
"임질이 무슨 병예요? 어떻게 해서 걸리는 건데요?"
"아줌마,임질은 성병이예요. 성관계를 통해서 전염되지요. 아줌마도 검사를 해봐야 됩니다.아저씨도 검사해서 같이 치료를 받아야해요."
멍하게 앉아있던 산모가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뭔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다.
저녁 면회 시간이 되어 보호자들이 몰려 들어왔다.
얼마후 병실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놀래서 뛰어가보니 임질 아기 엄마가 남편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래. 나는 입덧 꽥꽤해가면서 일하러가고, 배불러 허리가 아픈데도 일다니느라 고생했다. 그뿐이야? 이틀이나 배 틀어가며 죽기 살기로 애를 낳았는데 당신은 뭐하고 다녀어? 어느년하고 놀아난 거야? 고작 나한테 베푸는게 성병이야? 꼴 좋다. 임질이나 옮겨다주고. 애는 무슨죄고?
애까지 임질을 옮겨줘야 속이 시원하겠냐? 아이 억울해. 내가 미친년이지. 그것도 모르고 한푼 더 벌자고 생고생만 하고..."
땅을 치고 통곡하는 부인 옆에서 안절부절 혀만 차고 있던 남편은 고개를 숙인채 병실문을 나갔다. 수면제를 두 번이나 먹고서도 그 산모는 잠을 못잤다. 저러다간 산후 우울증에 걸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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