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짐승같아
지방에 강연차 갔다가 오랜만에 친구집에 들럿다. 친구 남편도 잘아는 사이라 편했다. 친구는 나에게 밀린 얘기나 실컷하자며 자고 가라고 조른다.
내일 또 교육이 있어 그 지방에서 하룻 밤 묵어야 하는 처지라 그러자고했고 집에 전화를 걸어 흔쾌히 허락도 받았다. 그런데 친구 남편의 얼굴이 찌그러지더니 화가 난 듯 휑하니 나가 버린다.
의하해하는 나에게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 매일매일 이 핑계 저 핑계로 잠자리를 피하고 있어."
"어머 왜? 너희 부부 사이 좋잖아?"
"난 그짓하기 싫어. 꼭 짐승같아. 옛날의 상처 탓인가봐."
친구는 대학시절 아는 선배에게 강간을 당했었다. 그 당시 나에게 말할 때는 울지도 않고 담담하게 짐승같은 짓이라고만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결혼해 아이도 낳고 호호해해 사는가 싶었는데...
성으로 인한 상처는 길고도 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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