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고백의 뒤안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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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뒤안길 연애해 결혼한 사이이지만 신혼 첫날밤에서야 관계를 가졌다. 관계를 맺고 신랑신부는 침대에 누워 천정을 보고 있었다. 신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을 했다. "우리 이미 한 몸이 되었으니 지난날 있었던 것을 서로 고백하자. 나부터 할게." 신랑은 2년간의 연애 경험을 비교적 소상히 얘기했다. 가장 비중을 둔 것은 깊은 관계를 맺은 대목이었는데 그 과정만 얘기하는게 아니었다. 젊은 청춘의 생리현상이라는 일반론을 근거로 자신의 진보적 순결관을 밝히면서, 중요한 건 새로 출발한 우리들이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신부는 확트인 신랑의 말에 감동했고 새삼 결혼을 잘했다고 확신했다. 이런 진솔하고 통이 큰 남편에게 작은 건 하나라도 속인다는 것은 죄가 될 것 같았다. 이윽고 신부도 고해성사에 들어갔다. 3년간의 연애 경험을 얘기했다. 막상 깊은 관계를 얘기 하려니까 힘들어졌다. 그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대신 헤어지게 된 과정과 원인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신부가 비중을 둔 것은 과거 청산이었다. 너무나 힘든 고통과 상처의 과거라 미련이 남을 여지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 다 잊으라는 따뜻한 위로와 깊은 포옹을 기대하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썰렁해지고 분위기 속에서 숨죽이는 침묵만 흐르로, 얼마후 신랑은 신부에게 해주었던 팔베개를 걷우어가버리고 천천히 일어나 소파에 앉더니 담배를 피웠다. 벌거벗은채 덩그마니 혼자 누워있던 신부의 눈에선 왠지 몰를 눈물이 솟아 나왔다. 그리고 형용할수 없는 암담한, 어떤 배신감이 밀려들었다. '괜히 신경질이 나' "응. 숙혜이니? 나야, 뭐하니?" "왜? 어디 아파? 왜그래?" "아냐.그냥 괜히 신경질이 나서 그래." "남편하고 싸웠어? 응? 말해봐. 이 몸이 해결해 줄께." 한참을 헛소리하며 빙빙 돌다가 어렵게 시작한 하소연. "그젯밤 내가 은근히 성관계를 요구하자 남편은 몸이 피곤하다며 다음날 하자고 하더라구. 그래 남성의 일방성도 문제지만 여성의 일방적 요구도 문제긴 문제니 봐 주자 마음먹었지. 다음날이라는게 바로 어젠데 좀 일찍 퇴근해 분위기도 잡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 난 목욕도 하고 반찬도 맛있게 만들어 놨는데 11시가 넘었는데 이 남자는 뭐하고 돌아다니는지 안오는 거야.하긴 일찍 들어와도 애가 잠들어야 하지. 이제나 저제나 하며 참고 있는데 12시가 다 돼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왔더라구. 아휴, 오늘도 텃구나. 술이 사람을 먹었으니. 갑자기 꼴도 보기싫은거야. 눈을 흘기고 지랄을 했지. 술취한 주제에 가만히나 잤으면 나도 씩씩거리다가 잤을건데. 오늘 왜 늦었는지 설명을 늘어놓는 거야. 내가 자기 설명을 들으면 자기를 우러러 보게 될거래. 얼마나 일을 멋지게 처리하고 왔는지 꼭 들어야 한 대. 아이참, 기가 막혀. 누구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지. 제발 입다물고 잠이나 자라고, 욱하고 놀란 시늉을 하더니 알았다고 자리에 눕더라구. 그러면서 뭐라는 줄 아니? 사랑하는 당신. 나 먼저 자요. 안녕 빠빠이. 기대가 무너져서 그런지 잠도 안오고 신경질만 나는거 있지. 내가 한심해 보이고 말이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차려 주는데 또 신경질이 불쑥 나는 거야. 그래 그이가 옆에 있는데 숟가락을 집어 던졌지. 그릇도 쾅쾅 놓고. 멀뚱히 나를 쳐다보더라구. 대충 밥먹고 출근했어. 지금 애 학교 보내고 설거지도 안하고 이렇게 누워있는거야. 야 너도 그러니? 부부관계는 중요한 것 같은데 그이는 왜 무시하니? 나만 천박한 년 같잖아. 이건 구걱도 아니고 부탁도 아니고. 치사해 죽겠는거 있지. 아휴! 이래저래 신경질만 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