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스런 편지쓰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그 어떤 부담없이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친구에게
그래, 그것이 안된다면
내 자신에게라도 편지를 쓰자
받는 사람란에, 내 이름과 내 주소를 쓰고
예쁜 편지지, 편지봉투라면 더욱 좋겠지
그리곤
조심스레 우표를 붙여 보내는거야.
하루,
이틀,
내 이름을 부르는 우체부 아저씨
사랑하는 님의 소식을 전해 받은 듯, 내겐 행복
나의 이런 생각에 비웃음을 보내도 좋아
오히려,가식에 둘러싸인 너희들 보다는
나의 이런, 바보스런 편지쓰기가
더 진실될 수 있지 않겠어?
이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것이, 더 많이 있다곤 하나,
점점 잃어가는 언어 속에서 내게 느껴지는 것들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진실의 부족,
오히려,
나의 용기없음을 질책해도 좋아
하지만 난, 잃어가는 언어 속에서
언어의 여름을 위해 편지를 쓸 것이니까.
그 대상이 없어 나에게 쓸지라도,
그냥, 기냥
여자들은 조그마한 관심을 보여도
그것이 자기를 사랑함에 보이는 관심으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냥 그 눈동자가 좋을 뿐인데
기냥 그 미소가 좋을 뿐인데
꼭 무슨 이유를 붙여 좋아해야만 하나.
흐르는 노래 속에도 아무런 생각없이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도 아무 마음없이
그냥 무상할 수 있을텐데
기냥 무심할 수 있을텐데
사람들은 조그마한 눈빛을 보내도
그것이 자기를 사랑함에 보내는 눈빛으로 스스로 돌아선 마음으로 고갤 돌린다.
그냥 그 모습이 좋을 뿐인데
기냥 그 마음이 좋은 뿐인데
꼭 어떤 이유가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닌데.
내 그를 위해
내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면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노랠 부를텐데
사랑은 어제나 내게서 멀어지고
내게 남은 건 힘없는 이 마음뿐
오늘 우연히 만난 옛 추억의 옛 여인
무슨 부끄러움인지 그를 찾지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선 초라한 내 모습은
밀려오는 저 파도처럼 내겐 슬픔만.
내 그를 위해 무엇이든 줄 수 있다면
내게 있는 이 모든 외로움은 나를 떠날 텐데
사랑은 언제나,왜? 나를 버려 두고
무얼 찾아서 그렇게 떠나려만 하는지.
가을 바람
잠시 머물렀다 스쳐지나는 가을 바람처럼
우리의 사랑도 당신은 그냥 잊으려 해요
그리도 추위를 잘 타는 외로운 나에게
겨울을 암시하듯 당신은 그냥 스치려 해요
내 가슴 속 남아 있는 그대 사랑은
피어나는 한 송이 가을 꽃처럼
그대 떠난 내 빈방엔 그 향내가
은은한 사랑처럼 내게 남아 있는데
잠시 머물렀다 스쳐지나는 가을 바람처럼
우리의 사랑도 당신은 그냥 잊으려 해요.
어제와 똑 같은 나
잠에서 일어나 눈을 뜨면 언제나 그 시간
또 같은 하루의 시작을 위해 일어나죠.
어젯밤 꿈 속에선 하얀 망초꽃이 핀 들판을
그녀의 손을 잡고 너무도 행복했는데.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서두르는 내 마음
내게 올 허망한 기다림에서 시작하는 하루
변함없는 하루가 느껴지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는 어제와 똑같은 나.
피곤에 쓰러지듯 누우면 언제나 그자리
또 같은 하루의 마감을 위해 잠을 자죠.
오늘밤 꿈속에서 하얀 망초꽃이 핀 들판을,
그녀의 손을 잡고 또 한번 행복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