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제도에 따른 내 집 마련 新전략
참여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더 이상 강력한 대책이 당분간 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시장의 평가가 대부분이다. 당장 부동산 매수가 뚝 끊기면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어떤 부분에 주목해 대응해야 할지 살펴봤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1월 11일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1·11대책’으로 불리는 시장 안정 조치들이다.
1·11대책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지금보다 20% 정도 낮추는 한편 민간아파트에도 전매제한 제도를 확대하는 게 그 골자다. 당초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던 무주택자 청약가점제도 오는 9월로 앞당겨 실시키로 했다. 대출 제한 등 다양한 금융규제 조치 역시 도입됐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를 ‘참여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대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이상 강력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치권의 속성상 대선을 앞둔 올해, 추가 대책 여부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11대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지고 기존 아파트 값도 어느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가뜩이나 주택 보급률이 낮은 상황(서울 기준 89.7%)에서 민간건설 부문에 대한 규제가 워낙 세다 보니 향후 공급 위축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1·11대책의 내용과 전망, 대응전략을 소개한다.
1.11 부동산 대책,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
분양원가 공개
당정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던 게 아파트 원가 공개였다. ‘상품’의 원가를 낱낱이 공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정치 논리’와 ‘여론’에 밀려 오는 9월부터 민간·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만 민간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는 부작용을 감안해 지역을 제한해서 실시키로 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에 한해서 원가를 공개하기로 한 것. 지방 투기과열지구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 및 충북 청주시·청원군, 충남 천안ㆍ아산·공주·계룡시·연기군, 경남 창원·양산시 등이다.
공개 항목은 택지비·직접 공사비·간접 공사비·설계비·감리비·부대비용·가산비용 등 7개이다. 이들 항목은 분양가 심사위원회 검증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개한다. 이 중 택지비는 평가기관이 산정한 감정평가 금액을 적용한다. 이미 분양원가가 공개되기 시작한 공공택지 아파트도 공개 항목이 7개에서 61개로 확대된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분양원가 공개와 맞물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다.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는 공공택지와 같이 ‘택지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 범위 안에서 책정돼야 한다. 제도 시행이 9월 1일부터인 만큼 그 이후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면 무조건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 또 8월 말까지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제도 시행 후 3개월에 해당하는 연말까지 분양 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원가 공개 후 소비자와 건설사간의 마찰이 생기더라도 소송 등을 통해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분양가가 15~25%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건설교통부가 작년 11~12월에 분양된 수도권 4개 민간택지를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낮게는 15%, 높게는 25% 인하될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1999년 도입된 분양가 자율화는 8년 만에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청약가점제 9월 조기 시행
9월부터 민간택지 내에 지어지는 중대형 아파트를 포함해 공공·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모든 분양아파트에 청약가점제가 시행된다. 당초 공공아파트는 2008년부터, 민간아파트는 중소형에 한해 2010년부터 청약가점제를 적용하려던 방침을 바꾸는 것이다. 9월부터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등 분양가가 전격 규제되는 만큼 청약 과열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약 시기를 당초 방침보다 최대 2년여가량 앞당기는 것인 만큼 분양 물량의 일정 부분(30~40%)은 현행 추첨 방식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공공택지 내 중소형(전용면적 25.7평 이하)은 가점제로 공급하고 공공택지 내 중대형은 채권입찰제가 병행되는 만큼 채권 입찰금액을 많이 써낸 순으로 당첨자를 뽑되, 같은 금액을 써냈으면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택지 내 아파트는 평형에 관계없이 오는 2010년까지 가점제와 현행 추첨제를 병행하되, 2010년부터 가점제로 전량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청약가점제는 나이, 가구주 연령, 부양가족수,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 기간 등에 따라 당첨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제도인 만큼 미혼자·사회초년생·핵가족·1주택자 등 가점제에서 불리한 사람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민간아파트도 최장 7년간 전매제한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역시 전매제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계약일로부터 7년, 25.7평 초과는 5년 동안 매매할 수 없다. 통상 분양계약후 입주 때까지 2년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입주 후 2~4년 이상 매매가 제한되는 셈이다.
공공택지 내 중소형 평형의 전매제한 기간은 10년으로 종전과 같다. 하지만 25.7평 초과의 경우 5년에서 7년으로 2년 늘어난다. 전매제한 규제가 신설·확대됨에 따라 주택 투자기간을 지금까지보다 훨씬 장기로 잡아야 할 전망이다. 비인기지역 아파트에 당첨될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 되팔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곳을 선별해야 한다. 자금계획 역시 잘 세워야 한다.
후분양제 도입 1년씩 순연
당초 올 초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후분양제 도입 시기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분양 물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후분양제란 말 그대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건설 공사가 진행된 뒤 소비자가 지어진 집을 직접 보고 분양받는 제도다. 민간 부문은 후분양 업체에 대해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고 금리 우대를 통해 후분양 전환을 촉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후분양제는 공사비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산출하는 게 가능하다. 이 밖에 도심권 공급 확대를 위해 다세대·다가구주택에 대한 기반시설 부담금이 최대 65.2%까지 경감된다.
투기지역 대출 1인 1건으로 제한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1인당 1건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담보대출 강화책도 동시에 발표됐다. 투기지역에서 이미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출 중 처음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부터 1년 안에 갚아 전체 대출 건수를 1건으로 줄여야 한다. 1년 안에 대출 건수를 1건으로 줄이지 않을 경우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대출부터 연체 금리를 가산하는 등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부득이한 이유로 돈을 빌려 쓴 본인과 다른 주소지에서 실제 거주하고 있는 노부모나 자녀, 배우자 등을 위한 아파트 담보대출 1건에 대해서는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한 뒤 1년 단위로 유예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원 가압류나 처분 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주택, 공동 상속인이나 공동 지분권자의 매각 반대 등으로 보유주택 처분이 불가능한 경우 역시 유예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은 물론 수·산림조합,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 여신전문 금융회사, 새마을금고 등에도 확대 적용된다.
임대주택 공급시기 조절
전·월세 상승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올봄 계절적 요인(2~3월 전학, 결혼 시즌), 집주인이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 부담을 전세가 인상으로 전가시킬 가능성,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금 상승 기대감 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월 이후 입주 예정이던 수도권 국민임대주택 중 1500가구의 입주를 2~3월로 앞당겼으며 2~4월 중 매입할 다가구주택 물량도 700가구에서 1740가구로 늘렸다. 올해 안에 전국 11만 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중 수도권에 짓는 물량이 5만6000가구이다. 2012년까지는 도심 내 맞춤형 임대주택을 연평균 1만3000가구 이상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신혼부부, 1인 가구 등의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전용면적 15평 이하의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바닥 난방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바닥 난방이 불허된 2004년 6월 이후 준공된 수도권 오피스텔 1만4000가구 중 3000가구가 봄철 전·월세용으로 공급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재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부동산부 기자) | 사진 : 김현식 | 자료제공 : 우먼센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