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름값 하는 화장품 ＇이효리 vs 패리스 힐튼＇
어느 날 에디터의 자리에 도착한 스타 K양의 친필 사인이 함께 들어 있는 립스틱 한 개. 알고 보니 그 립 스틱은 여배우 K가 직접 고른 스프링 컬렉션의 메인 컬러 립스틱이란다. 물론 제품 이름에도 ‘○○’s 핑크’라는 그녀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것이 올봄, 스타 이름을 딴 화장품들의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 이 될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옛날, ‘효리 핑크’의 전설
몇 년 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효리 핑크’ ‘섹시 보아’ 립스틱을 기억하는가? 할리우드 스타들은 진작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나 화장품을 출시했지만, 국내 스타로서 처음 자신 이름을 딴 화장품을 만들었던 것은 아마도 이효리가 최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솔로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10 Minutes’라는 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딴 립글로스를 출 시했고, 그 제품의 이름이 ‘효리 핑크’라는 사실은 소비자는 물론 기자들에게도 솔깃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그녀를 모델로 기용했던 B 브랜드의 한국 지사는 프랑스 본사에 효리만을 위한 특별한 립글로스 개 발을 요청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2003년 11월 프랑스 본사 측에서 보내준 신제품 컬러 샘플 중 그녀 가 직접 고른 컬러를 전격적으로 ‘효리 핑크’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이렇게 출시된 ‘효리 핑크’가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제품 개발을 허락했던 프랑스 본사는 그녀가 선택한 핫핑크를 보고 고무적이라고 판단, 이를 인터내셔널 판매용으로 추가 결정하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효 리 핑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출시되었던 C 브랜드의 립글로스 ‘스타유진’s 홀로그램 핑크’, M 브랜드의 ‘섹시 보아’ 시리즈에 이어 또 다른 C 브랜드의 ‘정안’s 헤븐리 펄’ 등이 잇달아 출시되어 스타 이 름을 딴 화장품의 계보를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 봄을 겨냥하여 코리아나화장품에서는 전속 모델인 김민정의 이름을 딴 ‘민정’s 핑크’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스타 코즈메틱의 전쟁에 동참하게 된 것. 모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연예인의 이름 을 붙인 화장품은 기억하기 쉽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 인기가 많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스타 이름을 딴 화장품이 마케팅적으로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효리 핑크’와 ‘섹시 보아’처럼 엄청 난 매출을 올리면서 브랜드의 스타 프로덕트가 된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제품도 어쩔 수 없 이 생기기 마련. 하지만 이렇게 스타 이름을 따서 만든 제품들은 그 제품으로 올릴 수 있는 매출과는 상 관없이 ‘스타 ○○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더라’ ‘스타 ○○가 직접 고른 컬러라더라’ 등의 이슈만으 로도 충분히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의 분위기가 대략 이러하 다면, 이제 더없이 유명한 해외 스타의 이름을 내걸고 출시됐던, 또 새롭게 출시될 새로운 스타 코즈메틱 에 대해 최신 업데이트를 더 이상은 늦춰서는 안 될 듯싶었다.
보다 발빠른 ‘패리스 힐튼’의 행보
얼마 전 한 인터넷 뉴스에서 발표한 패리스 힐튼이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에 이어 화장품에도 진출할 계 획이라는 보도에 담당 에디터도 은근히 그녀의 이름을 딴 화장품이 도대체 어떤 것일지 기대감이 생겨났 기 때문.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당대 최고의 패션&뷰티 아이콘인 패리스 힐튼이 파럭스사가 제조하는 화장품 출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뷰티 업계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파럭 스사는 패리스 힐튼 향수로 엄청난 판매 수익을 올린 회사로, 패리스 힐튼 향수로 파악한 수요를 패리스 힐튼 화장품으로 보강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패리스 힐튼 브랜드는 파럭스사 매 출 신장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녀와의 성공적인 코워크(co-work)로 2005년 총 매출의 2배에 달하는 5천7 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타들의 이름을 내세워 만든 향수 등의 아이템들이 뷰티 업계에서 큰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 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들을 이용한 판매 전략은 분명 뷰티 업계에는 플러스가 되고, 스타들 역시 자신 의 이름을 딴 그럴싸한 아이템을 추가함으로써 전략적인 윈윈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한 시장조사 전 문 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들의 이름을 붙인 향수들이 여성 향수 톱 100에 해당하는 매출의 10% 나 차지하고 있어 그 매출 규모가 1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 스타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색조 화장품으로 처음 뷰티 업계에 데뷔하는 것과 달리 해외 스타들의 경우에는 보통 시각적인 이미지와 후각 이미지 양쪽에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향수 등의 아이템을 선택 한다는 차이가 있다. 더 나아가 이제 해외 스타들은 향수와 색조 화장품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스킨케어 제품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스탤라 맥카트니와 재키 찬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했으며, 슈퍼모델 케이트 모 스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과 향수를 출시했던 이들 및 뉴 커머에 대한 리뷰와 프리뷰는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들 에게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기획 : 차인선 ㅣ 포토그래퍼 : 박재석ㅣ쎄씨ㅣpatzzi 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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